선두 2%P차 추격… 佛대선 ‘바이루 태풍’

  • 입력 2007년 3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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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좌파와 우파의 양강(兩强) 대결’로 단순하게 진행되던 선거 판도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느닷없이 ‘중도파’가 세를 불리면서 빚어진 양상이다. 1차 투표까지는 불과 한 달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판도를 뒤흔든 주인공은 프랑수아 바이루(사진) 프랑스민주동맹(UDF) 당수.

바이루 당수는 8일 발표된 CSA 여론조사에서 2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후보에게 불과 1%포인트 뒤졌고, 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와도 2%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날 발표된 BVA의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루 후보는 21%의 지지율로 루아얄 후보(24%), 사르코지 후보(29%)를 압박했다. 바이루 캠프에서 “이제는 3파전”이라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수치다.

바이루 후보는 선거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의 지지율은 1월 말까지만 해도 10%를 밑돌았다.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에게도 뒤졌다. 하지만 “오늘날 프랑스에는 좌우파의 대결보다 화합이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이 먹혀들면서 2월 중순부터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여기에는 ‘역량이 부족하고 이미지에 의존한다’는 루아얄 의원에 대한 평가와, ‘지나치게 우파적이고 권위적’이라는 사르코지 후보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루아얄, 사르코지 후보 진영에도 ‘바이루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바이루 후보가 1차 투표를 통과하면 결선 투표에선 어느 후보와 맞붙어도 승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캠프는 ‘바이루 신드롬’ 차단을 위해 중도파 인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8일에는 국민에게 신망이 두터운 중도파 성향의 시몬 베이유 전 장관을 영입했다. 한때 바이루 후보와 함께 일했던 베이유 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바이루는 중도파를 대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대표할 뿐”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좌파 유권자들의 표심 결집에 열을 올리던 루아얄 후보도 최근 들어 좌파적인 발언을 삼가고 중도파의 환심을 사기 위한 발언에 치중하고 있다.

이 같은 공세에 대응해 바이루 후보는 이날 ‘곳곳에 있는 작은 바이루’ 캠페인에 착수했다. 4500명의 책임자를 선임해 전국의 작은 행정 단위까지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수도권보다는 지방을 주로 돌며 벌인 선거전이 지금까지 효과를 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더 강화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번 대선의 또 한 가지 독특한 양상은 부동표가 아직 45%나 된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 때 비슷한 시점에선 20% 정도였다.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바이루 돌풍’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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