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 고려인 엄마 “사실 저 출세했어요”

  • 입력 2007년 2월 25일 20시 10분


코멘트
"사실, 저 출세했지요(웃음). 카자흐스탄 시골에서 하버드대까지 왔으니까요."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케네디 스쿨)에 재학 중인 빅토리아 짜이 씨(37·사진). 최근 하버드대에서 만난 그녀는 카자흐스탄 고려인 출신이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300㎞ 이상 떨어진 지방 도시 타라즈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그가 하버드까지 오게 된 것은 영어실력이 큰 밑받침이 됐다.

농사를 짓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짜이 씨가 카자흐스탄에서 사범대학 영어과를 졸업한 1991년은 옛 소련연방이 붕괴되던 해였다.

짜이 씨는 영어교사 대신 개방 바람을 타고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외국회사 통역으로 일하게 됐다. 이어 한국계 미국인으로 카자흐스탄 정부 경제고문을 했던 방찬영 박사 통역을 맡은 것이 인연이 돼 카자흐스탄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했다.

이어 카자흐스탄 석유 및 가스회사에 자문역할을 맡은 미국인의 통역을 맡다 카자흐스탄 최대 석유 및 가스 국영회사인 카즈무나이가스에서 해외파트 팀장으로 일하게 됐다.

18세 아들이 있는 엄마였지만 짜이 씨는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회사 출장 때문에 미국에 자주 오게 되면서 똑똑한 학생들이 많다는 하버드대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평소 알고 있던 미국 외교관 출신의 추천장을 받아 하버드대에 지원했더니 덜컹 합격이 됐어요."

유학비용은 회사가 지원하고 있다. 올해 졸업하면 다시 회사에 복귀할 예정. 카자흐스탄에서 성공하면서 부모 생활비는 물론 여동생 자녀 학비까지 부담할 정도로 억척스럽게 생활하고 있는 그녀에게 성공비결을 물었다.

"비결요? 항상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비결이에요. 인생은 한번 밖에 없잖아요."

보스턴=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