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이주 노동자 정책, EU 경제 명암 좌우"

  • 입력 2007년 2월 20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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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외국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정책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 보도했다.

외국 근로자를 적극 받아들인 국가는 높은 성장을 이뤘지만 폐쇄적인 국가는 비교적 성장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방적인 스페인과 영국의 높은 성장 = EU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국가로는 스페인이 꼽힌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3.7%로 EU 평균 2% 보다 훨씬 높다. 고질병이던 만성적인 고(高) 실업률도 지난해에는 28년 만에 최저치인 8.3%까지 떨어졌다.

스페인에서는 외국 이주 노동자들에 대해 관대하다. FT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와 함께 한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주민의 42%는 '이주 노동자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프랑스와 독일의 19%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이런 여론을 반영하듯 스페인 인구 4400만 명 중 외국인 이주자가 460만 명이며 이들의 대다수는 최근 5년 내에 입국했다.

이주노동자들 중 다수는 언어가 같은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와 비슷한 언어구조를 가진 루마니아에서 왔다. 인구 이동이 활발한 것에 힘입어 스페인은 과거 식민지였던 중남미 시장에서 놀랄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영국도 동유럽의 EU 회원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고용제한을 없애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영국 왕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2004년과 2005년 영국이 기록한 경제성장률 5.3%의 0.9% 포인트는 전적으로 외국 노동력의 증가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영국의 지난 10년 간 평균 성장률도 2.7%로 유럽 평균을 웃돌았다.

▽폐쇄 정책으로 대가 치르는 국가들 = 외국 이주 노동자들에 대해 장기 취업을 허용하지 않는 프랑스와 독일은 지난 10년 간 평균 각각 2.2%와 1.5%의 저성장에 그쳤다.

신문은 각 나라의 여건이 다르지만 이주 노동자들이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이견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FT는 이주 노동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나 인종 계층 문화의 갈등이 심화되는 역작용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스페인은 이주 노동자가 늘면서 저 출산율은 해소됐지만 신생아의 18%가 외국 부모에게서 태어나 '다민족 국가'로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 덕분에 내국인과 이주 노동자들이 밀월 상태지만 경기가 하락하면 스페인에서도 갈등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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