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美시청자 울린 ‘워드 母子스토리’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최고를 가리는 슈퍼볼. 미국에서 그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1억4100만 명이 TV 중계를 시청해 단일 스포츠 경기로는 언제나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다.

특히 성인 남성층의 시청률이 높다. 기업들은 슈퍼볼이 열리는 동안 이들을 겨냥한 광고를 집중 방송하며 30초짜리 TV 광고가 260만 달러(약 24억6000만 원)에 이른다.

4일 슈퍼볼을 독점 중계 방송한 CBS는 경기에 앞서 주요 화제를 소개하는 ‘프리게임쇼’에서 우리에게도 매우 친근한 손님을 등장시켰다. 지난해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하인스 워드(31·피츠버그 스틸러스) 선수 모자가 그 주인공이다.

CBS 저녁 메인뉴스를 단독 진행하는 간판 여성앵커 케이티 쿠릭 씨는 “오늘은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워드와 그의 모친인 김영희 씨가 힘든 시절을 견뎌낸 과정, 워드가 지난해 슈퍼볼 MVP를 차지한 뒤 한국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사연을 소개했다.

워드는 방송에서 “어렸을 때 친구들과 다른 피부 색깔 때문에 놀림도 받았지만 어머니는 항상 ‘뿌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CBS는 “한국은 혼혈에 대한 편견이 강한 사회였지만 지난해 워드가 영웅으로 떠오르면서 혼혈도 군 입대가 가능해지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혼혈아동을 돕기 위한 워드의 재단 설립 기자회견 장면, 김 씨와 워드가 서울시민증을 받아든 뒤 눈물을 쏟는 장면이 이어졌다. 다시 보는 장면이지만 기자도 가슴 한구석이 저릿했다.

진행자인 쿠릭 씨도 감동을 받은 듯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라고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워드 모자의 이야기가 방송된 시간은 10분가량. 경기가 시작되기 1시간 전으로 시청자가 많은 시간이었다. 전 미국인의 눈과 귀가 TV 앞에 모인 순간에 워드 모자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미국 전역을 적신 것이다.

워드는 지난해 특유의 ‘살인 미소’로 한국을 사로잡았다. 그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일시적인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몇 년 뒤엔 해외 언론이 “워드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노력 덕택에 한국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에 활짝 마음을 열어 놓게 되었다”고 소개할 수 있게 된다면 더없이 기쁜 일이 아닐까.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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