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대만 총통, 나라 힘 없는 설움 '톡톡'

  • 입력 2007년 1월 10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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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중국의 강력한 주문을 받은 미국의 냉대로 한 나라의 국가정상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설움을 또 다시 겪었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을 위해 대만을 출발한 천 총통은 8일 오후(미국 서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지만 보루이광(薄瑞光) 미국 재대만협회(AIT) 주석과 리다웨이(李大維) 주미 대만대표처장의 영접만 받았을 뿐 미국 측 관리는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천 총통은 샌프란시스코 체류 16시간 동안 호텔 안에서 국가정상으로서가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교포 대표를 면담하고 일부 대만 교포들과 식사를 했을 뿐 호텔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교포와의 만찬이나 강연도 모두 금지됐다.

그가 호텔에 머무는 동안 그를 찾은 미국 정부나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시 관계자는 아무도 없었다.

수행 기자들은 미국에서 기사를 쓸 수 없다는 양국의 사전 묵계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자마자 천 총통과 격리됐다.

유일하게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낸시 펠로시(66·여) 미 하원의장이 그에게 환영의 표시로 전화를 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이 같은 냉대는 2000년 그가 처음 미국을 경유했을 때도 비슷했다. 지난해 5월엔 미국이 본토를 경유하지 못하도록 해 양국 간에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미국의 대우는 이처럼 싸늘했지만 천 총통은 미국이 1박을 허용해 미국 본토를 다시 밟은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것처럼 보였다고 대만 일간 연합(聯合)보가 10일 전했다.

천 총통은 12일 귀국길에도 중간급유를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들러 3시간 머물 예정이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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