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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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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남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터뜨린 일성은 ‘사회주의 만세’였다. 선거 다음 날인 4일 장대비 속에 붉은색 셔츠를 입고 군중 앞에 선 차베스 대통령은 “앞으로 ‘평등주의’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고 다짐하며 “남미에서 미국의 제국주의는 조만간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베네수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개표의 78%가 진행된 가운데 차베스 대통령은 61%, 야당 후보인 마누엘 로살레스 후보는 38%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첫 선출된 차베스 대통령은 개헌 뒤 2000년 재선에 성공했고 이번에 3선이 확정되면 앞으로 6년간 더 임기를 보장받아 총 14년 동안 대통령으로 재직하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차베스는 남미의 최장수 대통령 중 한 명이 될 것이 확실시 된다”고 분석했다.
미주기구(OAS) 선거 참관인들까지 대거 파견된 이번 선거는 부정 시비나 폭력 사태 없이 비교적 순조롭게 치러졌다.
로살레스 후보는 “패배를 인정한다”면서 “앞으로 차베스 견제 투쟁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빈민층의 지지가 굳건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 줬다. 특히 정부 보조금으로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무료 진료와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한 보건복지 정책이 차베스 승리의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빈민층의 지지는 거꾸로 1998년 대선에서 차베스가 압승을 거두고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베네수엘라의 극심한 빈부격차가 크게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워싱턴포스트는 4일 “차베스 ‘이상 열기’의 이면에 도사린 극심한 이념적 분열상을 치유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지적했다.
차베스 대통령이 대선 이후 국명(國名)을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혁명 공화국’으로 바꿀 것이라고 공약한 것에 대해 중산층 이상 보수층은 벌써부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35∼40%의 지지율을 확보한 만큼 차베스 대통령의 ‘쿠바식’ 정치경제 개혁과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은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AP통신은 내다봤다.
또 석유가 총수출의 75%를 차지하는 베네수엘라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고유가 기조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가변적인 석유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는 차베스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정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엘리아도 무뇨스 베네수엘라중앙대(UCV) 정치학과 교수는 “석유 수입에 기댄 빈민 지원은 중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면서 “장기적인 개혁 정책을 내놓는 것이 차베스 체제 안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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