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모 “8세부터 사춘기 걱정”… 발육 빠르고 미디어 친숙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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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배가 다 드러나게 셔츠 밑단을 묶고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것과 같은 야한 춤을 춰요. 남자애들과의 관계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해요.”

미국 애틀랜타에 사는 내털리 윅스트롬(10) 양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처럼 귀를 뚫게 해달라고 부모를 졸랐다. 이제는 휴대전화와 아이팟을 갖고 싶다고 ‘로비’하고 있다.

10대의 자리를 ‘트윈(tweens·8∼12세)’ 세대가 차지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6일 소개했다. 8∼12세 어린이가 조숙해져 과거 틴(teens·13∼19세)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이 ‘어린이’들은 데이트를 즐기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대화를 나눈다. 성적인 내용을 담은 팝 음악을 듣고 비디오 게임을 하며, 미국판 싸이월드 ‘마이스페이스(MySpace)’에서 잡담으로 시간을 보낸다. 소녀들은 화장도 한다. 부모들은 열 살 안팎의 자녀에게 벌써 임신과 성병에 관해 설명해 줘야 할 상황이 됐다.

아이들이 조숙해진 원인 중 하나는 신체발육이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기 때문이다. 영양 상태가 좋아져 초경과 가슴 발육시기가 앞당겨졌다.

상업주의와 기술 발전도 아이들의 조기성장을 가속화한다. 아이들은 인터넷과 TV를 통해 섹스와 폭력을 쉽게 접하고 이를 흉내 내려 한다.

어린이와 10대는 자동차와 컴퓨터부터 휴가지까지 가정의 구매결정을 좌우하는 소비집단이다. 한 마케팅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트윈 세대는 용돈과 선물만 따져도 매년 510억 달러(약 48조5000만 원)에 달하는 구매력을 지닌다.

‘신(新) 10대’가 된 트윈 세대를 바라보는 부모와 전문가들의 마음은 걱정스럽다. 사춘기에 겪어야 마땅한 통과의례들을 어린 나이에 겪지만 이에 수반되는 문제들까지 제대로 대처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 전문 의사인 리즈 앨더먼 박사는 “애들이 애들 같지 않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아이들이 빨리 성장하는 게 좋은 일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트윈 세대::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 끼여 있는 중간세대를 일컫는 말로‘∼사이’라는 영어 ‘between’에서 따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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