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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17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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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에서 자원을 개발하고 있는 외국기업은 ‘세금 폭탄’을 맞거나 환경오염 부담금을 내고도 사업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자원 수입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자원 개발 외국업체 된서리=러시아 검찰은 7일 시베리아에서 유전과 가스전을 개발하는 TNK-BP의 자회사인 로스판을 환경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TNK-BP는 영국과 러시아의 합자기업으로 한국의 한보에서 동시베리아 코빅타 유전개발 사업을 인수했다. 코빅타 유전의 가스와 석유는 중국 다칭(大慶)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처벌을 받으면 유전개발 면허도 박탈될 수 있다.
또 이 회사는 9억3600만 달러(약 8892억 원)의 추징금 납부를 통보받았다. 이 회사가 사업을 넘겨받은 파산기업 유코스의 추징금을 대신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할린 북동지역에서 ‘사할린Ⅱ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외국기업 로열더치셸PLC는 환경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올레크 미트볼 러시아 천연자원부 차관은 14일 “로열더치셸PLC가 물어야 할 환경오염 부담금이 150억 달러(약 14조2500억 원)”라고 추산했다.
한국은 2008년 하반기부터 사할린Ⅱ 프로젝트의 천연가스를 연간 150만 t씩(현재 국내 소비량의 6%) 20년간 도입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노골화되는 자원 무기화=외국기업을 겨냥한 러시아 정부의 세금폭탄과 환경고발 사태는 에너지 국유화 정책으로의 복귀 차원이라는 게 서방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러시아는 1991년 사회주의 붕괴 이후 경제가 위기를 맞았을 때 외국기업에서 투자자금을 받고 시베리아 유전개발 허가권을 내줬다. 하지만 2005년 이후 오일머니 유입으로 안정을 되찾자 태도를 180도 바꿔 다국적기업이 추진하는 개발에 제동을 걸어 왔다.
모스크바에서 일하는 한국가스공사 윤병철 부장은 “모든 자원 수출 통로를 러시아 최대 기업인 가스프롬으로 단일화하고 러시아 기업이 각 프로젝트에서 지분 50%를 확보할 때까지 강경 방침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북아국가 에너지 수입 불투명=전문가들은 최근 사태가 ‘러시아 정부의 개발사업 승인 보류→글로벌기업의 반발→동북아국가 에너지 도입 차질’이라는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로열더치셸PLC는 최근 “러시아 정부의 환경 승인 지연에 따라 광구 건설이 최소 8개월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투자은행의 드미트리 루카쇼프 애널리스트는 “전례를 찾기 힘든 최근의 사태는 자원을 무기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러시아의 대외정책과 맞물려 동북아국가의 에너지 수입 전망이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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