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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12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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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전체에는 약 3000개의 노인보호시설에 15만 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특히 재림교단의 은퇴자마을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훌륭한 자연조건을 갖추고도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는 생활비를 받고 있는 중상급 수준의 비영리 시설이기 때문이다. 재림교단 측은 호주 전체에 17개 은퇴자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이 마을의 방 3개짜리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는 유스투스 반 니어옵(79)과 윌헬미나 니어옵(78) 부부는 2년 전 도심의 방 4개에 수영장이 딸린 저택을 팔고 이곳으로 옮겨왔다. 입주 조건은 보증금 45만 호주 달러(약 3억2200만원)에 월 관리비는 440달러(약 31만5000원). 보증금은 언젠가 퇴소할 때 되돌려 받는 돈이고 관리비는 전기 수도 등 공용비용이다. 식사를 포함한 개인생활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시드니 도심에서 보석상을 했던 니어옵 씨는 재산이 많아 국가의 노령연금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 부부가 도심의 단독주택을 버리고 은퇴자 마을을 선택한 이유는 '보다 편안한 생활을 누리겠다'는 생각에서였다. 1남 4녀의 자녀들이 모두 독립해 나가 노부부가 넓은 집을 관리하기가 힘들어졌다. 도심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숲 속에 위치한 이 은퇴자 마을의 자연환경도 마음에 들었다.
이들 부부는 현재 5가구의 친구들과 같이 살고 있다. 부부가 이 마을에 입주한 뒤 호기심에서 찾아왔던 친구들이 너도 나도 이곳으로 옮겨오는 바람에 앞집 뒷집 옆집에 친구들이 살게 된 것이다.
니어옵 씨는 "친구 부부와 함께 하루에 한번 이상 커피를 마시고 같이 여행을 가기도 한다"며 "나이가 들면 점차 소외되기 마련인데 친구들과 같이 사니 정말 만족스럽다"고 자랑했다.
이 은퇴자 마을은 50가구의 자부담 주택과 23개 침대가 갖추어진 너싱홈(노인요양원) 그리고 75개의 원룸형 노인숙소로 구성되어 있다. 자부담 주택 거주자의 생활비는 전액 본인들이 부담하는 반면 노인숙소와 너싱홈 입주자들은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한국의 유료 시니어타운은 모두 본인 부담이지만 호주의 경우는 같은 은퇴자 마을에 자기 부담자와 정부 지원 대상자가 혼재되어 있는 셈이다.
정부지원으로 이 시설에 입주하기를 원하는 55세 이상의 은퇴자는 지방정부에 자산평가를 신청해 승인을 받으면 입주가 결정된다. 이 경우 한달에 2850달러(약 204만원)에 달하는 생활비의 50~70%까지를 정부에서 지원해준다.
반면 본인 부담 거주자의 경우 월 관리비만 440달러이고 식사 한 끼에 5달러, 실내 청소 한번에 22달러를 받는다. 따라서 부부가 청소를 한달에 4번 하고 식사를 모두 제공받으면 월 1428달러(약 102만원·혼자는 70만원)가 드는 셈이다. 노인숙소 거주자의 월 생활비가 더 비싼 것은 입주 보증금이 거의 없는데다 각종 요양서비스가 기본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본인 부담 거주자로 이 은퇴자 마을의 방 3개짜리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페기 버틀러(83) 부인도 시내의 단독주택을 팔고 이곳으로 옮겨왔다. 버틀러 부인은 "모든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정원 관리, 쓰레기 버리기, 청소 등 자질구레한 걱정거리가 없어졌다"며 "내 나이에는 은퇴자 마을이 꼭 적합한 거주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은퇴자 마을의 매니저인 밥 버틀러(59) 씨는 "호주의 경우 일반적으로 60대에는 자기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고 70세부터 은퇴자 마을에 들어오기 시작해 80세 이상이 되면 은퇴자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의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서 남쪽으로 40Km 떨어진 인구 2만 명의 소도시인 푸케코헤 지역 해리스가에 있는 '푸케코헤 레스트 홈 앤드 팜스 빌리지' 역시 뉴질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은퇴자 시설이다. 주택가에서 자리 잡고 있어 외양상으로는 호텔이나 리조트의 모습을 띄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은퇴자 촌에는 26개의 자부담 주택과 54개의 원룸 숙소가 있다. 거실과 방 1개 주방 욕실 차고 등으로 구성된 주택은 개인이 소유권을 가지는 분양형으로 분양액은 22만 뉴질랜드달러(약 1억3700만원). 월 400달러(약25만원)의 관리비를 내야하며 생활비는 본인부담이다. 반면 원룸 거주자에게는 식사와 요양 건강체크 세탁 청소서비스 등이 제공되며 월 2940달러(약 183만원)를 부담해야 한다.
오클랜드에서 식품점과 철물점 등을 운영하다 65세에 은퇴한 스펜서 킬포드(87) 씨는 5년 전 이곳의 주택을 분양받아 옮겨왔다. 부인이 사망한 후 더 이상 혼자 살기가 힘들어져서다.
이 시설의 소유주인 켄 크나스톤 씨는 "인구 150만 명의 오클랜드에는 약 4000여 명이 은퇴자 시설에 거주하고 있다"며 "뉴질랜드에는 은퇴자 시설이 투자 유망업종으로 변호사 의사 등이 공동으로 은퇴자 마을을 설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과 비교하면…거주환경 우수, 프로그램 미흡
호주, 뉴질랜드와 한국의 사회복지 시설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나을까. 한마디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거주 환경은 이들 국가 쪽이 나은 반면 운영 프로그램은 단연 한국 쪽이 낮다는 것이 사회복지사들의 평가다.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는 주식회사 암웨이의 지원으로 서울시 98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중견 사회복지사들 중 25명을 선발해 10월 24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들 국가에 대한 현지 연수를 실시했다. 이들은 두 나라의 커뮤니티 센터, 은퇴자 마을, 장애자 시설, 패어런츠 센터(출산·육아센터) 등을 둘러봤다.
서울노원1종합사회복지관 정명진 부장은 "한국의 종합사회복지관과 유료 노인복지시설은 컴퓨터 외국어회화 교양 스포츠 오락 등 주당 수십 개의 프로그램을 고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반면 이들 국가의 복지시설은 자체 운영 프로그램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서울등촌1종합사회복지관의 강형태 과장은 "우리는 모든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이들 국가는 주민들이 필요한 것을 센터 쪽에 요구해 새로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형태로 커뮤니티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용완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장은 "이 같은 차이는 일찍부터 주민 자치가 생활화되어 있는 사회와 하향식의 행정서비스에 익숙해 있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동우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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