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이모저모… 슈워제네거 ‘親민주-反부시’로 역전승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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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예상대로 12년 만의 민주당 압승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미국의 새로운 선택”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민주당원이 공화당원보다 투표에 더 많이 나선 것은 1992년 이후 처음이라고 아메리칸대학의 미국선거연구소가 발표했다.

▽백악관과 민주당=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밤 백악관에서 ‘사무적인 태도’로 선거 결과를 지켜봤다고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스노 대변인은 “선거 결과가 대통령이 좋아할 내용은 아니다”면서도 “부시 대통령은 일이 안 풀렸다고 부정적으로 사안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촌평. 부시 대통령은 8일 아침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초당적 협력을 제안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선거 승리 확정 직후 ‘중도 전략’을 강조했다.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부시 대통령은 중도파의 의견을 무시했다”며 “우리는 ‘가운데’에서 출발하겠다”고 언급. 워싱턴포스트는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당선된 중도파 민주당 의원이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마련하면서 진보 성향이 강했던 민주당 정치의 색채를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선자 이모저모=할리우드 출신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중간 개표 결과 58% 이상의 지지를 유지하면서 경쟁자인 민주당의 필 앤젤리데스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재선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40% 이하의 지지율로 재선 전망이 불투명하던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민주당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친 민주당-반 부시 정책을 편 끝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밥 케이시 민주당 후보가 부시 대통령의 측근이자 공화당 내 서열 3위인 릭 샌토럼 현 의원을 눌렀으며, 뉴욕 주의 힐러리 클린턴, 매사추세츠 주의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 등도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했다.

이라크전쟁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패배하고 무소속 출마한 조지프 리버먼(코네티컷 주) 상원의원은 50%의 득표율로 백만장자 출신의 정치 신인인 민주당 네드 러몬트 후보를 10%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여유 있게 당선됐다. 그는 민주당 재합류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색 당선자=“매사추세츠 주와 미국의 모든 흑인 남녀와 어린이, 그리고 다른 인종 모두 다 오늘밤을 기억하십시오. 당신을 위해서도 ‘아메리칸 드림’이 존재한다는 것을….”

미 역사상 두 번째 흑인 주지사로 기록될 민주당 디발 패트릭(50) 매사추세츠 주지사 당선자는 당선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시카고 변두리 빈민가에서 자란 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실업가 겸 변호사로 활동하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인권 담당 법무 차관보에 임명됐다.

민주당 케이스 엘리슨(43) 미네소타 주 하원의원 당선자는 미국 의회 사상 첫 이슬람교도 의원. 변호사 출신으로 두 차례 주(州) 의원을 지낸 흑인 정치인이다.

경쟁 후보들은 반(反)이슬람 정서에 편승해 집요한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공화당은 그가 미국 내 과격 이슬람단체인 ‘이슬람 그룹의 나라’의 지도자 루이스 패러컨과 친분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엘리슨 당선자는 “종교나 인종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라며 의료보장제,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 등 정책을 앞세워 당선을 거머쥐었다.

▽‘제2의 플로리다 사태’ 될까=9일 오전 2시(한국 시간)까지 확인된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원의석은 각각 49석. 나머지 2석인 버지니아와 몬태나 주는 근소한 표 차로 뒤지던 공화당 후보들이 재검표를 요구하면서 99%까지 진행된 개표가 중단됐다.

그래서 투표 1개월 후에야 최종 결과가 확정됐던 2000년 대통령 선거 당시 플로리다 주의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버지니아 주에서는 민주당의 짐 웹 후보가 7800여 표 차로 공화당의 조지 앨런 현역 의원을 앞서가고 있다. 몬태나 주에서는 민주당의 짐 테스터 후보가 역시 현역인 공화당의 콘래드 번스 의원을 1700여 표 차로 앞선 상태다.

두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하원에 이어 상원도 민주당이 장악하게 된다. 하지만 한 곳에서라도 공화당이 역전에 성공할 경우 상원 의석은 동수가 된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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