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佛 ‘인종차별 소요’ 진원지를 가다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23일 저녁, 클리시수부아에는 비가 내렸다.

파리 동북쪽 외곽에 위치한 이 위성도시에서 지난해 10월 27일 10대 소년 2명이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숨졌다. 프랑스 전역을 3주가량 방화와 폭력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소요 사태의 시작이었다. 상가 너머로 높이 치솟은 공공임대주택(HLM)은 여전히 낡은 모습 그대로였다. 시내를 돌아보다 갑자기 머리 위쪽으로 신경이 집중됐다. “뭐가 날아올지 모르니 앞만 보지 말고 머리 위를 보고 다니라”던 미셸 투리 씨의 경고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투리 씨는 경찰노조의 사무국장이다. 이날 오후 파리에서 만난 그는 “클리시수부아로 간다”고 하자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매일같이 경찰관, 소방관, 구급요원 등 공무원이 하루에 14명꼴로 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래서 요즘 우범지역에는 경찰이 배치돼 있지 않다고 그는 설명했다. 안전을 지켜야 하는 경찰이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해 우범지역에는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프랑스의 현실이다.

투리 씨는 “지난해 소요사태 이후 프랑스는 단 하루도 조용했던 적이 없다”면서 “그때 이후로 방화와 폭력을 일삼는 청년들은 결코 사회 불만을 호소하는 젊은이들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한마디로 ‘공화국과의 전쟁을 선포한 과격분자’라는 것.

클리시수부아에서 만난 사뮈르 미히 씨는 “정부가 해 준 게 없는데 불만이 해소될 리가 있느냐”고 정부를 비난했다.

지난해 사태 직후 정부는 교외지역 실업문제 해소, 교육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하나도 이행된 게 없다는 것. 미히 씨는 ‘선거에 적극 참여해 제도권 내에서 우리의 권리를 되찾자’는 취지의 시민운동단체 ACLEFEU의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25일 2만 명의 서명을 담은 청원서를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소수 인종에게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폭력, 방화로만 각인된 소외지역에서도 다른 방식의 ‘저항 운동’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 단체뿐 아니라 클리시수부아의 원로들은 젊은이들에게 과격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27일 열리는 두 소년의 1주기 추모 행사가 새로운 소요 사태의 시발점이 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클리시수부아=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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