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짱철도 개통 2개월 티베트 가다]<상>개발 열풍과 역풍

  • 입력 2006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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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티베트의 상징이자 1959년 달라이 라마 14세가 인도로 망명하기 전 집무실로 쓰던 포탈라궁. 14일 오후 비가 그치고 날씨가 화창해지자 관광객들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 라싸=하종대 특파원
중국 티베트의 상징이자 1959년 달라이 라마 14세가 인도로 망명하기 전 집무실로 쓰던 포탈라궁. 14일 오후 비가 그치고 날씨가 화창해지자 관광객들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 라싸=하종대 특파원
중국 칭하이 성의 거얼무에서 시짱 자치구의 라싸까지 평균 해발 고도 4000m가 넘는 ‘하늘길’을 달리는 칭짱 열차 뒤로 설산이 선명하다.
중국 칭하이 성의 거얼무에서 시짱 자치구의 라싸까지 평균 해발 고도 4000m가 넘는 ‘하늘길’을 달리는 칭짱 열차 뒤로 설산이 선명하다.
라싸 시내에 줄줄이 늘어선 외국 제품 상점 간판과 라마 승려의 티베트 전통 승복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라싸 시내에 줄줄이 늘어선 외국 제품 상점 간판과 라마 승려의 티베트 전통 승복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티베트와 중국을 연결하는 칭짱 철도. 평균 해발고도가 4000m가 넘는 고산지역을 관통해 하늘 길로 불린다. 뭉게구름이 가득한 푸른 하늘과 맞닿은 평원 끝으로 내달리는 철로 위에 ‘하늘 길(天路)’을 뜻하는 붉은 한자가 선명하다. 당슝=하종대 기자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티베트와 중국을 연결하는 칭짱 철도. 평균 해발고도가 4000m가 넘는 고산지역을 관통해 하늘 길로 불린다. 뭉게구름이 가득한 푸른 하늘과 맞닿은 평원 끝으로 내달리는 철로 위에 ‘하늘 길(天路)’을 뜻하는 붉은 한자가 선명하다. 당슝=하종대 기자
《‘하늘길(天路)’로 불리는 칭짱(靑藏)철도가 개통된 지 2개월 남짓. 티베트는 이제 ‘은둔의 땅’이 아니다. 명승고적마다 관광객이 넘치고 곳곳엔 건축 열기가 뜨겁다. 시내엔 영문 간판이 속속 내걸리고 점원은 서툰 외국어로 손님을 맞는다. 한편에선 경제 도약을 기대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전통문화의 파괴와 경쟁의 심화를 우려한다. ‘독립’이라는 단어는 이곳에서 그 자체로 금기다. 본보 하종대 베이징(北京) 특파원이 칭짱철도 개통 이후 처음으로 중국 외교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 11일부터 7일간 티베트 변화의 현장을 취재했다.》

[화보]티베트를 가다

▽넘치는 관광객, 즐거운 비명=13일 오전 시짱(西藏) 자치구의 성도 라싸(拉薩) 시 심장부에 위치한 부다라(布達拉·티베트어 포탈라) 궁 앞. 미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관광객들이 내일 표를 예약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하루 1000여 명이던 관광객이 칭짱 철도 개통 후 갑자기 하루 3000여 명으로 늘어나자 부다라 궁 관리처가 하루 입장객을 1600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단 매일 1000명에 이르는 현지 짱(藏)족 농목민은 얼마든지 입장이 가능하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부다라 궁 관리처 바이마취단(白馬曲丹) 부처장은 설명했다.

시내의 다자오쓰(大昭寺) 사원이건 라싸에서 190km가량 떨어진 나무추(納木操) 호수건 명승고적엔 사람들로 넘쳐난다.

여관과 호텔은 즐거운 비명이다. 종전 380위안(약 4만5600원)이던 3성급 호텔 하루 방값은 580위안으로 50% 이상 껑충 뛰었다.

▽오염되는 티베트 문화=‘하늘길’을 타고 사람과 물자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티베트의 고유문화와 전통이 급격히 순수함을 잃어 가고 있다.

13일 오후 다자오쓰 사원 앞. 티베트를 처음 통일해 토번(吐蕃·투판)왕국을 세운 송첸캄포가 네팔에서 온 아내 츠준 공주를 위해 만든 이 사원은 항상 참배객들로 붐빈다.

사지와 머리를 한꺼번에 땅바닥에 대고 절하는 오체투지(五體投地)는 가장 성스러운 참배 행위. 5월 라싸에서 463km 떨어진 나취(那曲) 지구 안둬(安多) 현에서 출발해 최근 도착했다는 푸부츠런(普布次仁·20) 씨는 “오체투지는 가문의 전통”이라며 타이어를 잘라 만든 신발을 자랑스레 보여 줬다.

‘정말 불심이 깊구나’라고 생각하며 돌아서려는 순간 그가 손을 내밀었다. 사진을 찍었으니 촬영비를 달라는 것이다.

거리엔 앵벌이를 직업으로 삼는 가짜 라마(승려라는 뜻)가 적지 않다. 관광객을 상대로 부적을 사라고 강요하거나 무조건 돈을 달라며 떼를 쓰기도 한다.

이탈리아 남성복을 비롯해 외국 상표가 들어오면서 예전엔 볼 수 없던 상점의 영문 간판도 속속 늘고 있다.

티베트의 전통도 변하고 있다. 밤에 별빛을 받으며 온 가족이 강가에서 몸을 씻는 무위제(沐浴節) 풍습은 최근 야간 범죄가 늘면서 낮에 하거나 목욕탕에 가는 것으로 대체됐다.

오지산간에 가더라도 말이나 수레를 타고 다니던 유목민은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오토바이와 경운기, 자동차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늘길’ 기대와 우려=7월 1일 칭짱 철도가 개통된 뒤 2개월 동안 시짱 자치구의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최소 40% 이상 늘었다.

1km에 t당 0.5∼0.6위안(약 60∼72원)이던 화물운송비도 0.1위안으로 80% 이상 내려갔다. 운송비 때문에 외지에 내다 팔기 어려웠던 티베트 특산품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셈이다. 잠재 가치 1조 위안(약 120조 원)에 이르는 티베트 자원 개발도 속속 추진되고 있다.

올해 라싸 시엔 처음으로 출퇴근 시간에 정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룸살롱, 마사지 업소 등 유흥업소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시짱 자치구 인민정부 니마츠런(尼瑪次仁) 부주석은 “관광업이 다른 산업의 발전을 유발하는 ‘산업태동률’은 1 대 4, 5에 이른다”며 칭짱 철도가 갖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종족 간 갈등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짱대 티베트어교육과 라무(拉姆·20·여) 씨는 “앞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일자리를 얻는 게 더욱 어렵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낙후된 티베트에 외지인이 몰려오면 짱족이 도태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4년 2.8%에 불과하던 티베트의 한족 비율은 6년 만인 2000년 5.9%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짱족 인사는 “티베트에서 짱족이 92.2%를 점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못사는 농목민이고 잘사는 사람들은 거의 한족이거나 후이(回)족”이라며 앞으로 이런 추세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라싸=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열차타기 2, 3일전 고산병 약 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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