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관광객, 즐거운 비명=13일 오전 시짱(西藏) 자치구의 성도 라싸(拉薩) 시 심장부에 위치한 부다라(布達拉·티베트어 포탈라) 궁 앞. 미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관광객들이 내일 표를 예약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하루 1000여 명이던 관광객이 칭짱 철도 개통 후 갑자기 하루 3000여 명으로 늘어나자 부다라 궁 관리처가 하루 입장객을 1600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단 매일 1000명에 이르는 현지 짱(藏)족 농목민은 얼마든지 입장이 가능하다.
시내의 다자오쓰(大昭寺) 사원이건 라싸에서 190km가량 떨어진 나무추(納木操) 호수건 명승고적엔 사람들로 넘쳐난다.
여관과 호텔은 즐거운 비명이다. 종전 380위안(약 4만5600원)이던 3성급 호텔 하루 방값은 580위안으로 50% 이상 껑충 뛰었다.
▽오염되는 티베트 문화=‘하늘길’을 타고 사람과 물자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티베트의 고유문화와 전통이 급격히 순수함을 잃어 가고 있다.
13일 오후 다자오쓰 사원 앞. 티베트를 처음 통일해 토번(吐蕃·투판)왕국을 세운 송첸캄포가 네팔에서 온 아내 츠준 공주를 위해 만든 이 사원은 항상 참배객들로 붐빈다.
‘정말 불심이 깊구나’라고 생각하며 돌아서려는 순간 그가 손을 내밀었다. 사진을 찍었으니 촬영비를 달라는 것이다.
거리엔 앵벌이를 직업으로 삼는 가짜 라마(승려라는 뜻)가 적지 않다. 관광객을 상대로 부적을 사라고 강요하거나 무조건 돈을 달라며 떼를 쓰기도 한다.
이탈리아 남성복을 비롯해 외국 상표가 들어오면서 예전엔 볼 수 없던 상점의 영문 간판도 속속 늘고 있다.
티베트의 전통도 변하고 있다. 밤에 별빛을 받으며 온 가족이 강가에서 몸을 씻는 무위제(沐浴節) 풍습은 최근 야간 범죄가 늘면서 낮에 하거나 목욕탕에 가는 것으로 대체됐다.
오지산간에 가더라도 말이나 수레를 타고 다니던 유목민은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오토바이와 경운기, 자동차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1km에 t당 0.5∼0.6위안(약 60∼72원)이던 화물운송비도 0.1위안으로 80% 이상 내려갔다. 운송비 때문에 외지에 내다 팔기 어려웠던 티베트 특산품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셈이다. 잠재 가치 1조 위안(약 120조 원)에 이르는 티베트 자원 개발도 속속 추진되고 있다.
올해 라싸 시엔 처음으로 출퇴근 시간에 정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룸살롱, 마사지 업소 등 유흥업소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시짱 자치구 인민정부 니마츠런(尼瑪次仁) 부주석은 “관광업이 다른 산업의 발전을 유발하는 ‘산업태동률’은 1 대 4, 5에 이른다”며 칭짱 철도가 갖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종족 간 갈등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짱대 티베트어교육과 라무(拉姆·20·여) 씨는 “앞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일자리를 얻는 게 더욱 어렵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낙후된 티베트에 외지인이 몰려오면 짱족이 도태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4년 2.8%에 불과하던 티베트의 한족 비율은 6년 만인 2000년 5.9%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짱족 인사는 “티베트에서 짱족이 92.2%를 점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못사는 농목민이고 잘사는 사람들은 거의 한족이거나 후이(回)족”이라며 앞으로 이런 추세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라싸=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열차타기 2, 3일전 고산병 약 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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