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있어도 영주권은 없는 9·11 희생자 유족

  • 입력 2006년 9월 3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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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달러(19억2100만원)의 재산을 가지고도 늘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서 조심스레 다녀야하고 자기 명의로 집도 사지 못하고 운전면허증도 가질 수 없는 사람.

'한탕 범죄'를 저지르고 숨어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1년 9·11테러 희생자 유족 중 세 가족이 처한 현실이다. 뉴욕타임스는 3일 엄청난 금전적 보상을 받았으면서도 아직 '불법이민자' 신세를 벗지 못한 이들의 처지를 소개했다.

이들의 남편은 9·11테러 당시 불법이민자 신분으로 세계무역센터 안에서 청소부 등의 일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그 후 미국 정부는 유족 지원기금을 만들어 불법이민자에게도 보상했다. 하지만 이들의 '이민법상 지위'에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보상과 영주권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

문제는 불법이민자로 남게 된 이들이 계속 미국에서 살기를 희망한다는 것. 미국 땅은 제2의 고향 같이 정든 곳이고 더구나 남편이 묻힌 곳이기 때문이다. 자식의 장래를 위해서도 '기회의 땅' 미국을 떠나기가 싫다.

이제 와서 고국으로 돌아가기도 어렵게 됐다. 큰돈을 가지고 중남미 등 정세가 불안한 고향에 돌아가면 범죄의 표적이 될 뿐이라는 두려움도 크다.

김기현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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