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경제학’은 끝났다…몸값 비해 매출 별로

  • 입력 2006년 8월 30일 03시 04분


“섬너 레드스톤 회장이 미쳤나?”

22일 미국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모기업 바이아콤이 영화배우 톰 크루즈와의 파트너 관계 청산을 발표하자 많은 사람은 이 회사 회장이 제정신인가를 의심했다. 크루즈는 14년 동안 파라마운트사에 25억 달러를 벌어다 준 ‘톱스타 중의 톱스타’였다.

그러나 대다수 경제학자는 레드스톤 회장의 결정이 현명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의 지명도와 매출은 정비례한다는 ‘슈퍼스타 경제학’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

얼마 전 미국 ABC방송은 유대인 비하 논란을 빚은 영화배우 멜 깁슨이 제작하는 홀로코스트 관련 미니시리즈의 방영을 취소했다. 20대 초반 미국 여배우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린지 로한은 현재 촬영 중인 영화의 제작사 사장에게서 사생활이 문란하다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과거 같으면 흥행을 좌우하는 톱스타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조심조심 했던 고용주들이 이제 해고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1981년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 셔윈 로젠 씨는 “분야별 선두주자는 자신으로 인해 매출을 늘릴 뿐만 아니라 나머지 주자들이 낼 수 있는 매출을 줄이는 ‘이중 효과’를 낸다”는 ‘슈퍼스타 경제학’ 이론을 발표했다. 그동안 이 이론은 인기배우뿐만 아니라 운동선수, 최고경영자(CEO)들의 천정부지로 치솟는 몸값을 뒷받침해 왔다.

그러나 ‘ET’ ‘슈렉’처럼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 영화가 성공한 반면 천문학적 개런티를 챙긴 배우들의 작품이 외면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톱스타는 흥행 보증수표’라는 믿음이 깨지고 있다.

아서 드바니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교수가 영화 2000편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배우의 지명도보다는 제작 예산, 관람 등급, 개봉관 수, 속편 여부 등이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브러햄 레이비드 럿거스대 경제학 교수, 제호수와 엘리아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교수도 ‘스타의 수익창출 능력은 과대 포장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드바니 교수는 “톱스타가 출연한 영화는 마케팅 투자가 늘어나면서 개봉 후 1, 2주일 관객을 몰리게 하는 효과를 내지만 장기적인 매출 유발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