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솔직히 북한은 한국의 위협 안된다"

  • 입력 2006년 8월 28일 11시 53분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27일(현지시간) 북한은 한국에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으며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이 북한의 더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요격미사일이 배치돼 있는 알래스카의 포트 그릴리 기지를 방문,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군의 전반적인 재래식 전력은 경제 붕괴로 피폐해 있다. 북한 조종사들의 연간 비행시간은 미군 조종사의 4분의 1도 안되는, 50시간에도 미치지 못 한다"며 "솔직히 북한을 한국에 대한 당면한 군사적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어 "한국은 굉장히 많은 능력을 갖고 있고 능력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이 당면한 미래에 제기하는 위협은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험 보다 다른 나라나 테러리스트들에게 대량살상무기를 확산시킨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주한미군을 아시아 이외 지역의 작전에 투입하기를 원해온 럼즈펠드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주한미군 전력의 추가 감축을 위한 수사(修辭)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번 발언은 한국이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며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시기를 앞당기자고 요구해온 미 국방부 실무진들의 논리 그대로"라며 "한국이 북한의 남침 억제에 주된 역할을 하고 미국은 WMD 확산 저지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또 "북한이 지난달 미사일 발사를 한 것은 잠재적인 구매자에게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들은 다른 국가나 잠재적인 테러단체들에게 위조 달러, 마약, 미사일 기술 등 무엇이든지 팔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알래스카 페어뱅크에서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잠수함에 탑재된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핵탄두 대신 재래식 탄두를 장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러집단 및 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무기를 선제 타격하거나 WMD 제조 시설을 정밀 타격하기 위해선 핵탄두 보다 재래식 탄두가 더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바노프 장관은 핵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재래식 미사일은 자칫 핵공격으로 오인돼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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