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유엔의 핵 사찰 거부…개발 지속"

  • 입력 2006년 8월 22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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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유엔의 핵 사찰을 거부하며 핵 개발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를 막으려는 국제사회와의 전면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동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은 21일 익명의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란이 자국의 나탄즈 지방 지하 핵시설에 대한 유엔의 사찰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이날 "핵 기술을 포기하지 않고 힘 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국영TV를 통해 보도된 한 강연에서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계속 가면 달콤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는 이어 "미국과 오만한 권력들은 이란이 핵개발을 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며 국제사회를 비난했다. 이란은 핵에너지를 전력발전 연료로 쓸 계획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이란은 유엔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할 경우 포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데 대해 22일까지 답변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관과 관리들은 이란의 강경한 태도가 유엔의 제재결의에 대한 최종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31일까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란은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 시찰관 2명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했고, 비자발급을 해준 다른 관계자들의 경우에도 평소와 달리 입국 비자만 편도로 내줬다.

20일에는 테헤란 남동쪽의 카샨 사막에서 미사일 10기를 시험 발사했고, 19일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하는 등 정면 대응할 태세를 보여 왔다.

이대로라면 유엔은 이란이 시한을 넘긴 직후 결의안에 따라 제재를 가하게 된다. 미사일 및 핵 관련 기술의 판매 금지, 이란 핵 개발에 관련된 인사들에 대한 비자발급 금지 및 자산동결, 대이란 투자 금지 등 경제제재가 취해진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유엔결의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유엔이 신속하게 움직여서 그 결과가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석유 무기화 등으로 이에 맞설 경우 중동정세는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21일 국제유가는 크게 올랐다.

다만 실제 제재를 가하기 위해 거쳐야 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표결에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시간을 끌 가능성은 있다. 이란이 이미 27년째 미국의 제재를 받아오고 있어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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