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사참배는 日 유약함 감추기위한 제스처"

  • 입력 2006년 7월 21일 17시 51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의 구조적인 대미 의존과 유약함을 감추기 위한 제스처입니다."

21일 열린 국제심포지움 '세계의 눈으로 야스쿠니를 본다-문명과 야만의 사이'에서 '야스쿠니 문제와 미국'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한 마트 셀던 미 코넬대 교수의 설명이다.

심포지움이 열린 서울 명동 한국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장에서 셀던 교수를 만났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미국 방문 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앞에서 '당신이 필요해요,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노래를 열창한 장면에 대한 의견을 기자에게 물었다.

"위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고 말하자 그는 이 장면에 숨겨진 의미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일본은 베트남 전쟁에서부터 이라크 전쟁까지 미국의 모든 외교 군사 정책을 지지하며 대미 의존도를 높여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자국의 군사력 강화도 함께 이뤄졌죠. 이 같은 구조적 의존을 감추기 위해 필요한 것이 민족주의입니다."

야스쿠니 신사야 말로 이런 연극과 이벤트를 위한 '주 무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 곳에 가면 과거 일본의 전쟁 범죄, 종군위안부, 강제 징용, 생체 실험에 대해 어떤 언급도 없습니다. 아시아를 서방 제국으로부터 해방시키려 했다는 식의, 일본을 미화하는 메시지들만 가득합니다."

야스쿠니는 식민주의와 전쟁이 남긴 상처와 책임으로부터 일본을 보호하는 '상징'으로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

이 같은 현실이 고착된 책임은 분명히 미국에도 있다고 셀던 교수는 지적했다.

"최근 공개된 에드먼 아이샤워(일본학을 개척한 하버드대 학자이자 외교관)의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1942년 이미 전후 일본 내 평화 정착을 위해 천황제 유지를 제안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셀던 교수는 "최근 이라크 사례에서 보듯 기존 권력층을 전부 없앨 경우 내전과 무정부 상태에 대한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내에서 전후 6년간 미국인에 대한 암살이 단 한건도 일어나지 않은 점을 감안해도 이는 매우 영리한 전략이었죠. 그러나 이는 일본인들에게 전쟁에 대한 참회의 계기까지 면제시켜 주었습니다."

셀던 교수는 최근 일본의 군사력과 관련, 주목할만한 변화 두 가지를 꼽았다. 첫 째는 일본의 해상 자위대가 인도양과 페르시아 만에 영구 주둔하기로 한 것. 둘째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특정 국(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점.

"일본의 수입 원유 중 90%가 생산되는 페르시아 만에 자위대가 주둔키로 한 것은 일본의 해군이 아시아 지역을 벗어나 국제적인 위치를 확보하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이 언급한 선제공격 가능성 역시 주목할 만한 변화죠."

이번 심포지움은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와 동아시아의 평화·인권국제학술회의 한국위원회 공동주최로 열렸다.

김정안 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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