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도쿄]못 말리는 富 과시욕…범죄조직 ‘표적’ 낭패

  • 입력 2006년 6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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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체 등 고급 양복 200벌을 세탁소에 맡겨놓은 중소기업 사장, 운전면허도 없는 미성년 손녀에게 벤츠 승용차를 선물하는 치과의사, 10만 엔짜리 꽃다발 위에 100만 엔짜리 반지를 얹어 술집 호스티스에게 선물하는 병원장.

일본에서는 부유층의 호사스러운 행태가 황금시간대에 버젓이 공중파 TV에 방영된다.

일명 ‘세레브’로 불리는 호화생활 부유층은 카메라 앞에 얼굴을 드러낸 채 ‘돈 자랑’을 하고 대다수 시청자는 부럽다는 듯 바라본다.

최근 한 세레브의 여대생 딸이 납치됐다가 구출된 사건으로 일본 열도가 떠들썩하다.

26일 오후 연간 12억 엔을 버는 성형클리닉 원장 이케다 유코(池田優子·47·여) 씨의 도쿄(東京) 시부야(澁谷) 구 저택 근처.

괴한 2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이케다 씨의 딸 가나코(果菜子·21) 씨를 왜건에 강제로 태운 뒤 자취를 감췄다.

범인들은 2분 뒤 이케다 씨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 3억 엔을 요구했다.

다행히 목격자가 납치 차량의 번호를 기억한 덕분에 경찰은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등 다국적으로 구성된 일당 3명을 모두 체포했다.

범인들이 빌린 아파트에 갇혀 있던 가나코 씨도 납치 13시간 만에 무사히 구출됐다.

그런데도 사건 후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는 범인들이 밝힌 범행 동기 때문.

이들은 경찰에서 “TV에서 이케다 씨가 돈을 많이 벌고 호화주택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2002년 3월 가슴확대 전문 성형클리닉을 개업한 이케다 씨는 그동안 수많은 TV와 잡지에 딸과 함께 등장해 부(富)를 뽐내 왔다.

3억2000만 엔짜리 저택을 TV에 공개하며 카메라 앞에서 “이 벽은 키프로스산 대리석”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2월 발매된 한 주간지는 그가 ‘롤스로이스 팬텀’(약 6억5000만 원)을 비롯해 ‘페라리360 스파이더’ ‘마세라티 콰트로 포르테’ ‘메르세데스 벤츠 스테이션왜건’ 등 고급 외제차를 4대나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나쁜 쪽은 범인”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재산 과시가 범죄를 불렀다”며 이케다 씨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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