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유가 떼돈’ 엑손모빌에 화났다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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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행진으로 돈방석에 앉은 세계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이 거대한 역풍에 휘말렸다. 엑손모빌은 정치권과 시민단체 양쪽으로부터 세금 조사 및 불매운동이라는 공격을 받으며 고유가로 벌어들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압력에 직면했다.

▽죄어 오는 숨통=미국 상원 금융위원회는 26일 엑손모빌을 비롯한 대형 정유사들의 조세법 준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국세청(IRS)에 납세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상원 상임위가 기업의 납세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2001년 엔론 사태 이후 처음이다.

앞서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법무부와 에너지부에 석유업계의 유가 담합 여부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의 고향이자 미국 석유생산의 중심지인 텍사스에서는 엑손모빌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텍사스 남부에 있는 비 카운티 의회는 다음 달 1일부터 엑손모빌의 주유를 거부하자는 결의안을 26일 채택했다. 비 카운티 주민들은 석유소매상들이 유가를 갤런당 1.30달러로 낮출 때까지 불매운동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휘발유값은 지난주에만 갤런당 0.13달러가 오른 2.91달러까지 치솟았다.

▽얼마나 벌었기에=시민운동단체들이 엑손모빌을 공세 목표로 삼은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37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5년 만에 월마트를 누르고 미국 최대 기업에 올랐다.

엑손모빌은 27일 1분기(1∼3월) 순이익이 84억 달러(주당 1.37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8억6000만 달러(주당 1.22달러)에 비해 7% 가까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매출 역시 889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820억5000만 달러보다 8%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엑손모빌이 올해 초 물러난 리 레이먼드 전 회장의 퇴직금으로 무려 4억 달러(약 4000억 원)를 주는 등 사상 초유의 ‘돈 잔치’를 한 것이 정치권과 시민의 불만을 폭발시켰다.

▽‘초과이득세’ 법안을 막아라=석유업계는 올해 중간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치적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을 감수하는 분위기. 대신 ‘초과이득세(windfall profits tax)’ 법안 통과 저지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익을 탐사활동이나 정제시설에 재투자하지 않을 경우 이익의 5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석유회사 수익구조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석유회사를 겨냥한 다양한 고유가 대응 조치를 내놓은 부시 대통령도 이 법안만큼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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