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파룬궁 소동, 고의? 실수? 신경전

  • 입력 2006년 4월 21일 20시 00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기 위해 20일 백악관 잔디밭에서 열린 행사 도중 한 여성이 중국 정부의 파룬궁 탄압을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고의가 아닐까하는 추측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 여성은 뉴욕에 거주하는 병리학 의사 왕웬(47)으로 밝혀졌다.

당시 후주석이 머뭇거리며 잠시 연설을 중단하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괜찮아요(You're okay)"라고 연설을 계속하도록 했으며, 나중에 정식 사과까지 한 정황으로 볼 때 고의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하튼 이번 일로 그동안 파룬궁을 둘러싸고 벌어진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관심을 끌고 있다.

첫 라운드는 1997년 7월 벌어졌다. 중국은 당시 미국에 거주하는 파룬궁 창시자 리훙즈(李洪志)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미 국무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미신과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유포해 중국 인민들을 혹세무민(惑世誣民)한다는 게 중국의 주장.

미 국무부는 겉으로는 중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협조를 거부했다. 사실상 이유는 종교 및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은 틈만 나면 파룬궁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의 종교 및 인권 탄압 문제를 거론했다. 파룬궁은 미국에게는 중국을 압박하는 '전가의 보도'인 셈이었다. 반면 중국에게는 아킬레스건이었다.

지난해 3월 중국은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종교의 자유를 수용하라"면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1992년 5월 창시된 파룬궁은 불교와 도교 원리를 기공에 결합시킨 수련법과 수련집단을 뜻한다.

한편 이날 백악관 잔디밭 환영행사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는 중국을 'People's Republic of China'(중화인민공화국)이 아닌 대만의 명칭인 'Republic of China'(중화민국)라고 소개하는 '결례'를 저질렀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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