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위해 ‘500년설움’ 삼켰다…바스크독립단체 영구휴전 선언

  • 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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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최후의 분쟁 지역으로 남아 있던 바스크에 평화가 찾아올 것인가.

지난해 7월 영국과 투쟁해 온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무장투쟁을 포기한 데 이어 22일 스페인 북부의 바스크 독립 단체 ETA(‘바스크 조국과 자유’를 뜻함)가 ‘영구 휴전’을 선언했다. 1959년 결성된 ETA는 1973년 마드리드에서 카레로 블랑코 스페인 총리를 폭살하는 등 40여 년간 무장투쟁을 벌여 왔으며 이 과정에서 812명이 숨졌다.

ETA는 휴전 선언을 한 다음 날인 23일 바스크 지역 TV방송에 휴전 성명을 낭독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보냈다. 복면을 한 세 명의 남자는 “평화를 위해 모든 바스크 사회가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야 할 때”라며 평화 정착 의지를 나타냈다.

바스크인과 스페인 여타 지역 주민은 대부분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2000년 암살 위기를 간신히 벗어났던 바스크인 정치학자 에두르네 우리아르테 씨는 ETA 측이 수감된 동료들의 바스크 내 이감(移監) 등 평화 조건을 제시할 것이지만 결국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스페인 야당인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 당수는 “ETA의 기만전술을 경계하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1998년 내무장관 재직 시 ETA의 폭력행위 중지 선언을 얻어냈다. 하지만 ETA는 약속을 깨고 무장투쟁을 재개했다.

이번 성명의 다른 점은 처음으로 ‘영구’ 휴전을 못 박은 점이다. 주변 정세 변화에 대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2003년 이후 긴밀히 협조해 400여 명의 ETA 조직원을 체포했다. 이들과 노선을 같이하는 정당 ‘바타수나’도 2002년 불법화됐다. 이에 따라 ETA가 바타수나를 합법조직으로 만들어 2007년 지방선거에 대비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2004년 마드리드 열차 테러사건으로 192명이 숨지는 등 이슬람 과격 테러가 스페인 국민의 공분을 사면서 폭력행위가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된 점도 ETA의 무장투쟁 포기 선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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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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