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WBC 준결 재격돌]짐 꾸리던 日 “이번엔 복수”

  • 입력 2006년 3월 18일 03시 05분


“기적이다.” “충격적이다.”

17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최종전에서 미국이 멕시코에 1-2로 지는 바람에 일본이 기사회생해 준결승에 진출하자 일본 열도는 “기적”을 연발하며 열광했고 미국 대륙은 “맙소사”를 되뇌며 절망했다.

닛칸스포츠는 ‘미국이 졌다! 일본 기적의 4강’이라는 기사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일본이 준결승에 진출했다”는 기사를 긴급 보도했다. 주니치스포츠도 “미국의 패전으로 준결승에 진출한 일본 대표팀이 3연승으로 1조 1위로 진출한 한국과 다시 맞붙게 됐다. 한국에 복수할 기회가 왔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주요 일간지도 인터넷판 머리기사로 일본의 4강 진출 기사를 전했고 공영방송 NHK도 일본이 한국과 다시 맞붙게 됐다는 뉴스를 신속하게 내보냈다.

일본 언론은 준결승 진출이 결정된 이날 경기장이 있는 미국 샌디에이고로 이동해 훈련을 실시한 일본 대표팀의 표정도 전했다. 박찬호와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오쓰카 아키노리(텍사스)는 “한국 선수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장면을 보고 분했다”며 필승의 의지를 불태웠다.

“한국이 앞으로 30년간 일본을 이길 수 없게 하겠다”고 한국을 자극했던 스즈키 이치로는 “한국에 진 뒤 그 분함을 잊을 수 없었다. 일본이 세 번, 그것도 같은 상대에게 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말했다.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연패한 뒤 팬들에게서 야유를 받았던 이치로는 “한국에 패한 뒤 기분이 엉망이라 술 마시고 뻗었다. 이번엔 결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반면 야구 종가 미국은 초상집 분위기다. AP, AFP, DPA 등 세계 유수의 통신들은 “멕시코가 미국을 경악하게 했다”며 미국의 패전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특히 AFP는 “일본이 멕시코의 힘을 빌려 오심 때문에 졌던 미국에 깨끗하게 설욕했다”며 미국 팀을 비웃었다. AP는 “미국이 평균 실점에서 간발의 차로 밀려 일본에 4강행 티켓을 허무하게 내줬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 대표팀이 최고의 스타로 구성된 것을 감안하면 가히 충격적이다”고 논평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미국의 4강 탈락 소식을 전하며 “미국에 이번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은 만만한 상대가 없었던 것이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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