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도 언론탓…“이라크戰서 쓸 신기술 폭로로 이적행위”

  • 입력 2006년 3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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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주류 언론 매체들의 이라크전 관련 보도를 못마땅하게 여겨 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다시 불만을 터뜨렸다.

부시 대통령은 13일 워싱턴 시내 조지워싱턴대 연설에서 LA타임스가 지난달 12일 보도한 기사 내용을 문제 삼았다.

“이라크 저항세력이 미군 공격에 활용하고 있는 ‘급조폭발물(IED)’의 무력화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국방부의 민감한 정보 사항을 언론 매체가 폭로해 버렸다.”

부시 대통령이 언론 매체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백악관 참모들은 LA타임스 기사를 겨냥한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흘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적들은 그 보도가 나온 지 불과 닷새 만에 기사의 상세한 내용을 인용해 미국의 신기술을 분쇄하는 지침을 인터넷에 공개했다”면서 “적을 격퇴하려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적들이 모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LA타임스는 “‘IED 무력화탄(JIN)’으로 불리는 장치에 관한 토론이 국방부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 장치가 군사적 실험을 통과했고 그 과정에서 IED의 90% 정도를 무력화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LA타임스는 신기술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도일 맥머너스 LA타임스 편집국장은 부시 대통령의 비난과 관련해 “우리는 신기술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보도의 본질과 무관하다고 보고 관련 내용을 생략했다”고 반박했다.

미 언론 매체들은 LA타임스의 신기술에 대한 보도가 처음도 아니고, 국방부가 신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권고받고도 10개월이 지나도록 늑장 대응하는 바람에 새 장비가 이라크에 배치되지 않고 있다고 부시 행정부의 반발을 반박했다.

부시 대통령은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12월 국가안보국(NSA)의 영장 없는 국내 도청 계획을 폭로한 특종 기사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한 적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한 인터뷰에서는 공중파 TV 방송 3사와 주류 신문의 쇠락과 인터넷 매체 등의 부상을 “가히 혁명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언론의 취재, 보도, 유통 방식에 혁명이 시작됐다”는 말로 기존 주류 언론 매체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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