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통일위 폐지등 사실상 '대만 독립' 선언

  • 입력 2006년 2월 27일 2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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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사실상 독립을 선언했다.

중국이 즉각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으며 대만의 최대 후원자인 미국도 엄중 경고하고 나서 대만 해협을 둘러싼 물밑 위기가 폭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16면에 관련기사

천 총통은 27일 국가안전보장 고위회의를 마친 뒤 "국가통일위원회를 폐지하고 통일강령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중국 본토와 통일하기 위한 국가기구와 관련 조항을 없애는 것은 대만 독립을 위한 수순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국가통일위는 1990년 양안관계 발전을 도모하고 중국 통일을 촉진하기 위해 총통부 자문기관으로 설치됐으며 국가통일위는 이듬해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중국의 대만 정치실체 인정→교류 접촉→통일 협상 등 3단계 통일 방안을 담은 통일강령을 만들었다.

천 총통은 "대만 국민이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자유 의지가 존중되는 한, 장래에 전개될 양안 관계의 어떠한 형태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대만 국민의 선택과 관련해 누구도 전제 조건이나 최종 목표를 제시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천 총통은 "국가통일위의 활동을 중단한다고 해서 현재의 양안관계를 변화시키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의 양안관계의 토대를 바꾸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AP통신은 대만이 독립을 공식화하면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고 여러 차례 위협한 중국 지도부가 천 총통의 선언에 크게 분노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은 대만의 국가안전보장회의 개최 전날인 26일 "대만 독립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엄중 경고했었다.

미국도 천 총통의 초강수에 전례 없이 강경하게 경고하면서도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천 총통의 통일강령 삭제 검토 발언을 전해 듣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천 총통의 독립노선을 지지하는 대만단결연맹은 "우리는 천 총통의 선언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크게 환영했다. 반면 야당인 국민당은 "천 총통의 선언은 국제 사회뿐만 아니라 야당과 국민 나아가 총통 자신의 신뢰를 어긴 작태"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에 앞서 1월 29일 천 총통은 대만과 중국의 마지막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는 국가통일위를 폐지하고 새 헌법의 초안을 작성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중국과 미국을 동시에 경악시킨 바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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