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위폐 제조 증거 내일 공개”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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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의혹을 놓고 압박의 고삐를 한층 강하게 죄고 있다.

미 국무부는 16일 오후(현지 시간)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외교관을 초청해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등 불법행위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한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과 유럽연합(EU) 호주 싱가포르 태국의 외교관도 참가 대상이다.

설명회에는 재무부 소속 위조지폐 수사 담당자가 직접 나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느 선까지 ‘증거’를 공개할지는 미지수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14일 “미국이 16년간 수사를 해 왔지만 북한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일각에서 확신을 갖지 못하는 점을 감안한 자리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은 이날 미국 은행들에 “북한이 (거래를 해 오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이 중국 당국에 의해 폐쇄된 뒤) 다른 미국계 은행을 이용해 (돈세탁 등) 불법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또 필요하면 북한과 연계된 금융기관에 대해 추가로 ‘문제 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9월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이 북한의 불법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공시했고, 마카오 당국은 이 은행을 폐쇄했다. 미 정부는 “마카오 당국의 결정은 중국 정부가 북한의 불법거래에 대한 미국의 설명을 납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를 펴 왔다.

잇단 압박정책을 두고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대북 정책을 핵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인권 마약 위조지폐 등 모든 사안을 짚고 넘어가겠다는 구상이 선 것 같다”는 풀이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머릿속에는 북한과 관련해 핵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들었다”며 이런 기류를 뒷받침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2일 필라델피아에서 한 연설에서 “북한 정권은 핵개발을 공공연히 말하고, 달러를 위조하고, 주민을 굶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 역시 2006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핵 포기 추진, 정권 차원의 범죄행위 근절, 인권 개선이라는 3각 구도에서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 정권을 비난하면서 인권과 경제난을 거론한 적은 있지만 위조지폐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달러 위조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8월 이후 부시 대통령이 이 사안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백악관이 14일 최근 서울에서 열린 북한인권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가 부시 대통령과 면담한 것을 공개한 것도 북한을 겨냥한 예사롭지 않은 공세로 보는 시각이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김원기의장 “버시바우 대북 발언 유감”▼

김원기(金元基·사진) 국회의장은 15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은 범죄정권(criminal regime)’이라고 말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에 대해 “그의 발언이 수위를 넘은 것 같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이 실명을 거론하며 주한 미국대사의 발언에 대해 정면으로 유감 표명을 한 것으로 향후 버시바우 대사의 행동 여하에 따라 한미 간 외교적 파장이 우려된다.

하지만 김 의장은 열린우리당 김원웅(金元雄) 의원이 주장한 버시바우 대사의 본국 소환결의안 문제에 대해서는 “양당 간 협의도 해야 하는 것이며 개인의 의견일 수 있으나 그 단계(소환)까지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날 한국 정부가 워싱턴 대사관을 통해 미 국무부 조지프 디트라니 대북협상 대사에게 “북한을 두고 ‘범죄정권’ 운운한 것은 6자회담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한국의 대북 지원을 지지하는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은 정부 훈령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개인 견해라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14일 미국 국무부는 “버시바우 대사의 북한 관련 발언은 미국의 정책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버시바우 대사의 대북 강경 발언으로 국내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같이 밝히고 “우리는 한국 정부와 양국 동맹 관계에 대해 계속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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