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튼 ‘갈팡질팡’ 왜?… “논문서 이름 빼달라”

  • 입력 2005년 12월 15일 03시 03분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가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에 올해 5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연구 논문을 취소하자고 권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섀튼 교수가 밝힌 표면상 이유는 ‘논문을 재검토한 결과 근본적인 의심이 들었다’는 것.

하지만 황 교수팀은 최근 섀튼 교수의 발언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이번 ‘논문 취소 권고’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 사이언스, “받아들일 수 없다”

섀튼 교수는 12일(현지 시간) 사이언스에 e메일을 보내 “황 교수팀에 연락해 이제 논문이 취소돼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동저자로 올라 있는 자신의 이름을 삭제해 달라고 사이언스에 요청했다.

섀튼 교수는 “올해 황 교수팀 실험에 참여한 누군가로부터 논문의 일부가 조작됐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전해 들었다”며 “논문의 그림과 표를 주의 깊게 다시 검토한 결과 논문의 정확성에 근본적인 의심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이언스 측은 “섀튼 교수의 요청에는 근거 없는 주장이 담겨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 섀튼 교수의 오락가락 행보

황 교수팀은 섀튼 교수의 논문 취소 권고 발언에도 불구하고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황 교수팀 관계자는 14일 “섀튼 교수는 10일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와 통화할 때는 ‘논문의 진정성을 300% 지지한다’고 말했다”며 “며칠 사이 얘기가 갈팡질팡하니 앞으로 어떻게 입장이 바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섀튼 교수가 공동저자인 우리 팀과 상의하지 않은 채 사이언스에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최근 미국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우리와 완전히 선을 그으려는 시도 같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0일 “데이터를 분석하고 논문 작성 과정을 도운 정도의 역할을 한 섀튼 교수가 공동저자가 된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보도했다.

황 교수팀은 “섀튼 교수팀에 파견된 연구원 3명의 거취 문제 때문에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섀튼 교수와 완전히 결별할 상황이 되면 연구원 3명을 모두 복귀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서울대 조사위 구성 거의 마무리

서울대 관계자는 “재검증을 위한 조사위원회 위원 10명 가운데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9명의 인선을 마무리했다”며 “이 중에는 외부 전문가 2명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늦어도 16일부터는 황 교수 연구 결과 재검증을 위한 공식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16일경 조사위원회의 활동 계획과 조사 기준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미선임된 교내 인사 1명에게도 제의를 해놓은 상태이며 내일 중에는 인선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위원 명단을 밝히지 않는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며 위원장에 한해 논의를 거쳐 이름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또 영국의 이언 윌머트 교수 등 8명의 세계적인 과학자가 사이언스지를 통해 공동 검증을 제의한 데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제의를 받지 않았다”면서 “정식으로 제의가 오면 조사위원들과 상의해 이를 수락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황 교수는 이날도 서울대병원을 나와 서울대 관악캠퍼스 수의대 연구실로 출근했다.

이날 오후 황 교수를 격려차 방문한 김희철(金熙喆) 서울 관악구청장은 황 교수가 “국민에게 한점 부끄럼이 없고 한국을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며 나를 조직적으로 음해하는 세력이 있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이날 오후 6시 반경 연구실을 나서면서 “음해세력 운운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