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이재민캠프 밝힌 사랑의 콘테스트

  • 입력 2005년 12월 10일 02시 55분


코멘트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의 지진해일 이재민 캠프에서 집과 부모, 형제를 잃은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노래자랑 및 시낭송 대회가 열렸다. 관중이 한 소년 참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 제공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의 지진해일 이재민 캠프에서 집과 부모, 형제를 잃은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노래자랑 및 시낭송 대회가 열렸다. 관중이 한 소년 참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 제공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최근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의 지진해일(쓰나미) 이재민 캠프에서 작은 콘테스트가 열렸다.

인도네시아 적십자(PMI)가 신예 가수를 선발하는 미국의 TV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본떠 ‘PM 아이돌’이라는 노래자랑 및 시낭송 대회를 개최한 것.

먼저 파자르 아리프 무만다르(7) 군이 노래했다.

“오전 8시에 지진이 세상을 뒤흔들었어요. 집과 언덕이 무너졌지요. 사방에 시체가 널렸고요. 알라여, 이것이 당신의 뜻인가요….”

또 모하메드 사프리야(7) 군은 좀 더 힘 있고 낭랑한 목소리를 선보였다. 그는 세상에 종말이 오고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의 인도네시아 대중가요를 불렀다. 모하메드 군은 “노래할 때 마음이 편안해져 집과 학교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소녀 중에는 예니 자흐라(7) 양이 큰 주목을 받았다. 예니 양은 지진해일 때 숨진 언니 무니라가 지은 시를 낭송했다.

“삶에 관한 시예요. 언니는 이제 이곳에 없어요. 지진해일이 데리고 갔지요. 시를 읽으면 언니를 추억할 수 있어요.”

예니 양의 가족은 무니라를 찾기 위해 파편 더미를 뒤지다 이 시를 발견했다. 모두 5쪽으로 된 이 시는 네 쪽이 없어지고 단 한 쪽만이 남아 있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9일 “지진해일을 소재로 한 노래가 상당히 많았다”며 “재난을 받아들이려는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콘테스트는 지진해일에서 살아남은 어린이들을 위한 심리적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 PMI는 이달부터 반다아체와 인근 지역에 있는 구호 캠프를 다니며 매주 두 차례씩 ‘지역 대회’를 열고 있다. 각 지역 대회 입상자들은 23일 결선을 치르게 된다.

수상자들은 매주 금요일 밤에 방송되는 라디오 토크쇼에 출연하는 한편 음반 취입과 전국 순회공연을 할 계획이다.

콘테스트 관계자는 “지진해일 생존자 중 특히 아이들에게 노래나 시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아이들이 가진 내면의 힘을 끌어내는 일”이라며 “이는 평상 상태로 돌아가는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미국 적십자사의 심리사회 프로그램 전문가인 아민 코자 씨는 “우리는 아이들에게 ‘나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나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 나는 귀한 존재다’라는 것을 계속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난으로 부모와 교사를 잃은 아이들이 내면의 자원을 다시 쌓아갈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