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 오도넬 “세계평화 위해 민주주의 다양성 존중을”

  • 입력 2005년 12월 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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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통치의 어두운 밤에 민주주의가 희망의 빛이었듯이 현재의 우울한 현실에서도 민주주의는 평화를 위한 희망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 정치학자 길레르모 오도넬(67·사진) 미국 노터데임대 명예교수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5∼7일 열고 있는 ‘문명과 평화’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해 문명 갈등의 해법으로서 ‘민주주의의 다원성’을 강조했다.

1988∼1991년 세계정치학회(IPSA) 회장을 지낸 오도넬 교수는 남미가 배출한 최고의 사회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한국을 세 번째로 찾은 오도넬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평화, 희망 그리고 민주주의: 남미의 시선으로 본 한국’이란 발표문을 통해 ‘민주주의의 다양성(varieties of democracy)’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1960, 70년대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는 개인주의 문화가 없기 때문에 민주화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이들 지역에서도 독자적 경로를 통한 민주화가 이뤄졌습니다. 이제 하나의 민주주의 이론을 버리고 다양한 형태의 민주화에 대한 이론화를 모색할 때입니다.”

그는 특히 자유로운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지닌 시민 각자가 자신을 독립된 개인이 아니라 그 사회의 역사와 문화, 전통의 대리자(agent)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이 경우 자신의 선택의 자유는 제한되지만(역사와 전통에 연결돼 있는 존재이므로) 바로 그 점이 사회의 통념과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을 관용을 넘어 축하의 눈길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세계 평화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민주주의 성공 사례를 전파하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민주주의 전파론은 ‘민주주의 국가 간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힘을 동원해서라도 민주주의를 세계 각국에 심어야 한다’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민주적 평화론(Democratic Peace)’과는 다르다.

“제 모국인 아르헨티나와 비교해 한국은 항상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한국은 서구의 개인주의적 전통과 다른 토양에서 놀라운 역동성을 보여주며 민주화를 달성했습니다. 한국의 사례를 모델로 널리 알리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평화적 방식 아니겠습니까.”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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