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 등 옛소련 식어가는 민주화 열기

  • 입력 2005년 12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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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 지역을 휩쓸던 민주화 시민혁명인 ‘색깔 혁명’의 열기가 식고 있다. 4일 카자흐스탄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지만 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 1년 전 ‘오렌지 혁명’을 성공시킨 우크라이나에서는 새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카자흐스탄 대선에서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65) 대통령의 3선 성공이 유력하다. 5명의 후보 중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6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옛 소련 시절인 1979년부터 카자흐스탄 공산당 지도자였고 1991년에 독립한 후 대통령이 됐다. 26년간의 장기집권과 철권통치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카스피 해 유전 개발로 이룬 경제성장이 이러한 부정적 평가를 덮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2001년부터 해마다 10%대의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2260달러로 옛 소련권에서는 러시아 다음으로 높다.

더욱이 하루 300만 배럴인 원유 생산량이 2015년까지 3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어서 고속 성장은 10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획기적인 정치 개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0월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민주화를 촉구하는 등 국제사회의 거센 압력을 더는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적 실험이 성공한다면 카자흐스탄은 점진적 개혁으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옛 소련권의 첫 번째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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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빛바랜 오렌지혁명▼

지난주부터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마이단(독립광장)이 오랜만에 오렌지색으로 뒤덮였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오렌지 혁명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 때문이다.

하지만 혁명의 주역인 빅토르 유셴코(51) 대통령의 마음은 무겁다. 그가 이끄는 집권 ‘우리 우크라이나당’은 내년 3월 총선의 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총선이 오렌지 혁명 1년에 대한 중간 평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권당의 지지율은 겨우 12.4%. 오히려 지난해 대선에서 여당 후보였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총리가 이끄는 ‘우크라이나 지역당’의 지지율이 17.4%로 더 높다. 1년 전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혁명세력의 분열이 집권당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오렌지 혁명의 수호천사’로 불리던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유셴코 대통령과 결별하고 독자적으로 총선에 참여하고 있다.

유셴코 정부에 대한 실망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난과 사회적 혼란. 우크라이나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4%로, 전 정권 시절인 지난해의 12%에 훨씬 못 미친다. 올해는 무역수지도 적자이고 인플레이션율도 10%대로 치솟았다. 시민혁명에 대한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은 월 130달러의 임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유셴코 대통령의 아들 등 권력층 스캔들이 시민혁명의 정신마저 빛바래게 만들었다. 뒤늦게 부패 척결에 나선 그가 과연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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