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노인 등치는 후견인 사기 극성

입력 2005-11-15 03:08수정 2009-09-3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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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7세인 헬렌 존스 할머니의 노후는 비교적 평안했다. 60년 동안 악착같이 일해 노후자금으로 56만 달러나 모아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 전 멜로디 스콧 씨가 후견인을 자처하면서 존스 할머니의 삶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전화도 마음대로 쓰지 못했고 편지도 검열 당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벌써 20만 달러가 낭비됐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미국에서 법적 후견인들이 노인들을 핍박하고 재산을 가로채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13일 LA타임스가 전했다.

캘리포니아 주에만 직업적인 후견인이 500여 명에 이르며 이들이 노인 4600여 명의 재산 15억 달러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일부 후견인은 100여 명의 노인을 한꺼번에 관리할 정도로 기업화되어 있다. 하지만 당국의 관리 감독은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이들 중 일부가 허술한 법망을 이용해 노인들의 재산을 노리고 있다. 방법은 이렇다. 재산이 많은 노인 중에서 가족이 없거나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는 노인, 병을 앓고 있는 노인을 물색한다.

대상이 정해지면 노인이 쇠약해 혼자 생활하기 힘들다며 법원에 후견인 신청을 한다. 반드시 노인의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다. LA타임스는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 없이 후견인이 선임되는 경우가 56%, 법원의 실태조사 없이 선임되는 경우가 92%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일단 후견인으로 지정되면 노인의 재산을 멋대로 처분한다. 스콧 씨는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모두 바꿨다. 실제 사용액보다 부풀려진 청구서는 물론 존스 할머니의 몫이다.

델마 래러비(88) 씨의 후견인은 래러비 씨의 돈으로 자신의 세금을 납부하고 친구 레스토랑에 투자했다. 헬렌 스미스 씨의 후견인은 스미스 씨가 자신에게 헐값에 집을 판 것처럼 꾸민 뒤 매입가의 3배를 받고 팔았다. 이 밖에도 △노인의 집을 친구에게 임대료 없이 세를 주고 △정원사와 관리인을 마음대로 선임하는 등 멋대로 돈을 써 버렸다.

일부 후견인들은 가족과의 연락도 봉쇄하고 바깥출입도 못하게 하는 등 악행을 일삼고 있다. 심지어 동생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유언장을 새로 작성하게 해 재산을 상속받기도 한다.

하지만 한번 선임되면 취소하기도 어렵다. 후견인들은 노인의 건강 상태부터 이웃의 증언까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를 미리 확보해 놓는다. 법정 공방에만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 사이에 노인의 돈은 낭비된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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