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른 사르코지…불끄는 시라크…불구경 드빌팽… 佛정치인 3인

입력 2005-11-10 03:02수정 2009-09-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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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이번 사태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7일 엘리제궁에서 바이라 비케 프라이베르가 라트비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프랑스는 이민자와 후손들을 게토로 몰아넣은 뒤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 발언은 프라이베르가 대통령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8일 이를 소개하며 “대통령 스스로 실패를 시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시라크 대통령이 1995년 대통령선거 때 “인종 종교 도시문제 등이 사회 분열을 조장한다”면서 “이런 문제들을 치료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5월 유럽헌법 부결로 타격을 입은 시라크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더욱 심각한 레임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의 파장에 시달리는 정치인으로는 시라크 대통령과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을 꼽을 수 있다.

현지 언론들은 시라크 대통령이 1968년 학생-노동자 시위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이듬해 물러난 샤를 드골 대통령과 비슷한 운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권의 또 다른 관심사는 이번 소요 사태가 사르코지 장관과 드빌팽 총리라는 두 차기 대선주자에게 어떤 변수가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태 초기만 해도 사르코지 장관이 궁지에 몰렸다. 단호한 대처를 공언하는 와중에 시위대를 ‘쓰레기’ ‘불량배’로 부르는 바람에 시위가 소요로 확대됐다는 비난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소요 지역 젊은이들은 입을 모아 그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때까지 시라크 대통령과 드빌팽 총리는 사태를 관망했다. 그러나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사르코지 장관에 대한 반발의 수준을 넘어 정부를 겨냥한 소요로 커졌기 때문. 좌파와 우파, 여야를 떠나 정치권 전체가 그동안 사회 통합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소요가 폭력적으로 돌변한 뒤로는 오히려 사르코지 장관의 단호한 대처 원칙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소요 발발 이후에도 그는 우파 주류 프랑스인들을 중심으로 변함없는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라크 대통령과 드빌팽 총리도 뒤늦게 ‘법대로 단호하게 대처한다’며 사르코지 장관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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