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海가 死海로]<中>한국 연안도 신음

입력 2005-11-10 03:02수정 2009-09-3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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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수로 오염된 해양투기장 해역
전북 군산항에서 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황해 폐기물 해양투기장에서 인천 선적의 한 폐기물 운반선이 누런 음식물 폐수를 바다에 쏟아 붓고 있다. 황해의 오염을 우려하는 국내외 환경단체는 선진국의 경우 하수찌꺼기를 바다에 버리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군산=원대연 기자
5일 오후 2시 인천 중구 북성동 월미나루터에서 무의도 방향으로 10km 떨어진 인천 앞바다.

바다 곳곳에 폐스티로폼과 컵라면용기 등 생활쓰레기가 둥둥 떠다녔다. 인천 연안의 섬을 오가는 여객선 때문인지 검은 기름띠도 퍼져 있었다.

동구 만석동 만석부두에서 30년 동안 낚싯배를 운영해 온 송일웅(60) 씨는 “오염이 심해 육지에서 10km 이내 바다에서는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며 “그물이나 낚시에 물고기 대신 타이어와 폐어망이 자주 올라온다”고 말했다.

전북 장수군에서 발원한 금강이 흘러드는 군산 앞바다. 6일 오전 항구에서 서쪽으로 15km 떨어진 해역까지 나가는 동안 폐스티로폼, 비닐, 폐목재가 수없이 널려 있었다.

군산수협 관계자는 “올봄 군산 앞바다에서 수산물이 집단 폐사하자 어민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며 “폐수를 하천에 무단 방류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질 대부분 2, 3등급=해양환경 전문가들은 황해 연안의 해양환경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육지에서 유입되는 오폐수를 꼽는다.

인하대 최중기(崔仲基·해양학과) 교수가 8월 발표한 ‘황해의 환경과 해양오염 현황’에 따르면 한강 금강 영산강 만경강 동진강 안성천 삽교천을 통해 황해로 흘러드는 담수량은 연간 329억여 t에 이른다.

상당량이 고도처리시설을 통해 완벽하게 정화되지 않은 것이어서 중금속이 포함된 오염물질이 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된다.

화학적산소요구량(COD)과 부영양화 현상을 일으키는 총질소량 분포를 기준으로 보면 황해 연안의 수질은 대부분 2, 3등급이다.

▽황해 중앙부까지 오염 가능성=육지의 하수를 처리하고 난 뒤 생기는 찌꺼기 등 폐기물을 황해에 내다버리는 것도 문제.

지난달 31일 오후 2시 군산항에서 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황해 폐기물 해양투기장. 이날 오전 수도권에서 배출된 음식물 폐수 4300t을 실은 인천 선적 2600t급 폐기물 운반선이 투기장에서 누런 폐수를 쏟아냈다.

군산해양경찰서 소속 250t급 경비함인 해우리 8호를 타고 50m 거리까지 접근하자 바다에서는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

어민 김준기(42) 씨는 “투기장 부근에서 잡히는 고기는 중금속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아 좀처럼 그물을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기장은 육지 폐기물을 버리도록 특별한 시설 없이 바다에 정해 놓은 구역. 하천과 연안의 오염을 막기 위해 1988년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으로 정했다. 면적이 3165km²(수심 80m)에 이르는데 지난해까지 폐기물 2727만여 t을 이곳에 버렸다.

초기에는 식품 폐기물을 주로 배출했으나 요즘은 하수찌꺼기(33%), 염색·피혁공장 등에서 나온 폐수찌꺼기(22%), 일반 폐수(21%), 축산 폐수(15%), 분뇨(9%)까지 버린다.

문제는 외국과 달리 하수찌꺼기까지 투기장에서 처리한다는 점이다. 폐기물 투기에 관한 해양오염 방지조약인 ‘런던협약’ 홈페이지(londonconvention.org)에서는 ‘한국과 일본, 필리핀만이 하수찌꺼기를 바다에 버린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하대 박용철(朴龍喆·해양학과 교수) 해양과학기술연구소장은 “투기장 해역의 수질은 2, 3급으로 유기물질이 지속적으로 축적되면 1급수인 황해 중앙부까지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적조 늘고 수온 상승=한국에서 연간 10만 t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바다쓰레기도 바다 속을 황폐화시킨다.

어선이 버린 폐어망과 비닐이 어장 바닥에 가라앉아 해저 산소순환을 막으면서 수산물의 산란장이나 서식처 기능을 잃게 한다.

산소 부족으로 생물이 폐사하는 적조현상은 1984년 처음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인천항과 군산항, 천수만 주변 등에서 70건이나 발생했다. 1980년대에는 연간 1, 2건에 그쳤지만 1990년 이후에는 4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오염물질이 유입되고 지구 온난화 현상에 따라 해수온도가 매년 상승하는 등 생태환경이 바뀌면서 황해 어획량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인천·군산=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빚더미 속에 사라진 豊漁의 꿈▼

■ 시름 깊어가는 어민들

“바다만 보면 아주 지긋지긋해요.”

황해 최북단 섬, 인천 옹진군 백령도가 고향인 박은서(62) 씨는 3.7t짜리 어선을 4년 전에 팔아버렸다.

선원 3, 4명과 함께 꽃게와 까나리를 잡아 해마다 1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게 해 준 어선이었다.

황해의 오염이 심해진 1980년대 중반부터 빈 그물만 싣고 돌아가는 일이 많아졌지만 바다를 향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2000년 이후에는 꽃게 등 주요 어종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업하는 동료 어민이 늘었다. 그는 선원 인건비와 기름값을 충당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다 이자 갚기가 힘들어지자 어업을 포기했다.

현재 500평 남짓한 밭에서 농사를 짓는 그는 “정부가 바다오염 방지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조업을 포기하는 어민이 계속 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황해 연안 어민도 마찬가지.

상하이 인근 헝사(橫沙) 섬에서 20년간 어부생활을 한 류창쥔(劉强軍·41) 씨는 “산업화로 생활 오폐수 유입이 급격히 늘면서 어획량이 줄었다”며 “창장(長江) 강 하구에서는 하루 종일 그물을 바다에 던져 물고기를 2마리밖에 못 잡은 적도 있다”고 한탄했다.

요즘 헝사 섬 주변의 어획량은 1980년대의 3분의 1 수준이다.

궈징쑹(郭勁松·38) 씨는 톈진(天津) 시 인근 융딩신(永定新) 강에서 어업을 하려고 1992년 3t급 어선을 건조했지만 1997년 이후 고기가 잘 잡히지 않아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그는 “상류에서 유입되는 온갖 오염물질로 물고기가 사라졌다”며 “자식들 학비 조달하기가 버겁다”고 푸념했다.

백령도=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상하이=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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