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남쪽에 있는 츠시(慈溪) 시는 1700여만 명의 상하이 시민에게 공산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배후공단이다. 조사팀이 시내에 들어서자 썩은 하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주민들은 “허촨 치웨이 페이창처우(河川 氣味 非常臭)”란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하천 냄새가 코를 찌른다’는 뜻. 시내에는 크고 작은 하천 수십 개가 있는데 모두 먹물과 같은 색이어서 주민들은 아예 ‘먹물천’으로 불렀다.
황해가 ‘죽음의 바다’로 변한 지는 오래다.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인구 증가, 무분별한 연안 개발로 많은 오염물질이 강과 하천, 대기를 통해 쏟아지면서 황해는 이제 자정능력을 상실한 ‘사해(死海)’로 전락했다. 중국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은 황해 전체를 물들여 제주도 등 한반도 연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다.
중국 연안의 수질은 공업용수로나 사용이 가능한 3급수 수준. 1998년 22건이던 적조 발생 건수가 지난해에는 96건으로 늘어났다.
중국 국가환경보호총국이 발표한 2004년도 해양환경질량공보에 따르면 황해 청정해역 수질기준(중국 기준으로 5등급 분류)에 미달되는 해역의 면적이 2003년 14만2000km²에서 2004년에는 16만9000km²로 증가했다.
중국보다는 덜하지만 한국도 황해를 죽이는 데 가세하고 있다. 한국의 한강과 금강 하구인 인천, 전북 군산 연안의 바닷물은 공업용수 수준인 3급수로 전락한 상태다.
그 결과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3월 황해를 미국의 체서피크 만, 북유럽의 발트 해, 유럽의 흑해, 멕시코 만과 함께 대표적인 ‘데드존’(죽음의 바다)으로 분류했다.
바다 오염으로 어민들의 수입도 크게 줄었다.
10년 전에는 10t급 어선 1척이 10만 위안(약 1500만 원) 정도 벌었지만 5년 전부터는 3만 위안(약 450만 원)도 벌기 힘들다고 중국 어민들은 하소연했다. 한국 어민들도 1990년까지 소형어선(3∼5t 급) 1척을 소유하면 연간 1억 원 이상의 수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빚만 늘고 있는 처지다.
인하대 최중기(崔仲基·해양학과) 교수는 “황해를 살리려면 유럽 국가가 발트 해를 살리기 위해 나선 것처럼 남북한과 중국이 협의체를 구성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톈진=차준호 기자run-juno@donga.com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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