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帝비판 終戰결의안’ 무산]日전쟁범죄 눈감고…

입력 2005-11-01 03:01수정 2009-10-01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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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에는 태평양전쟁 전범 재판의 의미를 재확인하며 일본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하원의 종전 결의안과 일본의 피해를 주로 강조한 ‘물 타기’ 결의안이 동시에 계류돼 있다.

전자는 헨리 하이드(공화·일리노이 주)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주도한 것이고 후자는 클리프 스턴스(공화·플로리다 주) 의원이 제출한 것으로 7월과 9월 만장일치로 하원을 통과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결의안 모두 상원에서 채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60주년 기념일(9월 2일·일본이 항복 문서에 서명한 날)을 이미 넘겼기 때문이다.

▽일본 배려? 일본의 입김?=그러나 두 결의안의 성안(成案)→하원 제출→하원 통과→상원 이관 과정을 보면 뚜렷한 차이가 드러난다.

미 의회가 일본 군국주의를 비판한 ‘하이드 결의안’은 상원에서 겉돌고 있는 반면 일본의 입김이 작용한 듯한 ‘스턴스 결의안’은 ‘급행열차’를 탄 것처럼 하원을 통과해 빠르게 상원으로 넘어왔다. 미 의회와 행정부의 일본 배려 분위기, 그리고 워싱턴 의회를 점령한 일본의 영향력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대일본 승리(Victory over Japan)’ 결의안으로 불리는 ‘하이드 결의안’은 7월 14일 통과됐다. 2차대전 동안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은 미 의회의 단골 규탄 대상이었지만 일본의 전쟁범죄 행위가 공식 거론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16선(임기 2년) 의원으로 2차대전 당시 필리핀 해전에 참전했던 하이드 국제관계위원장이 강력하게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반대, 야스쿠니신사 참배 비판을 담은 ‘서한 외교’로 한국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의회 휴회(8월 한 달간) 이후 기류가 돌변해 ‘스턴스 결의안’이 일사천리로 상원까지 넘어온 것과는 달리 ‘하이드 결의안’은 상원에서 발이 묶여 있었다.

▽미국의 중장기 구상=이는 미일동맹을 축으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겠다는 미국의 구상과 맞물려 있다. 한국 중국에서 ‘민족주의’ 기류가 뜨거워질수록 미국의 구상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스턴스 결의안’이 제출된 시점이 ‘하이드 결의안’이 통과되기 이틀 전인 7월 12일이란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즈음부터 일본의 발 빠른 대응이 작용했다는 관측은 여러 곳에서 제기됐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 연구원은 6월 하와이 세미나에서 “미 행정부나 의회가 일본 문제를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올해 종전기념일에는 일본의 원폭 피해가 조명 받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가 예견했듯이 미 의회는 일본의 역사의식 부재보다는 전략적 가치 쪽을 더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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