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교육의 범인은 학부모?
뉴욕 브롱크스 지역은 대부분의 학교가 95% 이상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로 채워진다. 코졸 씨가 최근 방문한 한 고등학교는 18년 만에 백인 2명이 입학해 화제가 됐다. 학교가 흑인 밀집지역에 있어서만은 아니다.
공립학교 학생의 백인 학부모들이 학생을 빼가고 있는 것이다. 시애틀의 한 초등학교는 인구의 절반이 백인인 구역에 있지만 95%의 학생이 흑인과 인디언, 서남아시아계다.
역설적으로 ‘마틴 루서 킹’ ‘로사 파크스’ 등 민권운동 선구자들의 이름을 단 학교일수록 이런 ‘백인 공동화’ 현상이 심하다. 이 학교들은 대부분 1960년대 초 흑백 학생들이 어울려 공부하는 인종 간 문화교류의 이상을 안고 출발했다.
○인종에 따라 교육 환경도 판이
브롱크스 지역의 공립학교에서는 1000명을 수용하도록 설계된 학교가 1500명의 학생을 수용하기 일쑤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1969년 교직을 시작할 때만 해도 모든 공립학교가 미술, 음악 전공 정교사를 채용하고 있었다.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있어도 시간제 교사”라고 밝혔다.
뉴욕시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1인당 연 1만1000달러(약 1100만 원)의 교육비가 투자된다. 반면 백인 거주지인 롱아일랜드의 맨해셋에서는 배인 2만2000달러나 된다.
이에 따라 교육 성과도 판이하다. 뉴욕 주에서 백인 학생이 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고등학교는 80%의 학생이 4년 내 졸업한다. 흑인과 히스패닉이 반수 이상인 학교에서는 4년 내 졸업하는 학생 비율이 40%에 불과하다.
○“차고에 버려진 물건”
코졸 씨는 한 흑인 여중생의 편지를 인용해 공립학교의 흑인 학생들이 스스로를 ‘차고에 버려진 쓰레기’처럼 느낀다고 전했다. 이 소녀는 “만약 어느 날 우리들이 한꺼번에 죽어버린다면 백인들은 안도감을 느낄 것”이라고 편지에 썼다.
“1896년 대법원은 흑인과 백인은 ‘동등하지만 분리된다’고 판시했다. 오늘날 미국이 이 정신으로 돌아가고 있는가?” 백인 남성인 코졸 씨의 경고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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