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동남아시장 맹주는 나” 각축

  • 입력 2005년 9월 3일 04시 06분



일본이 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최종 합의하고 중국의 진출에 맞서 동남아시아 시장을 지키기 위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중화 경제권’의 구축을 목표로 동남아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의 움직임과 맞물려 아시아의 ‘경제 맹주’ 자리를 둘러싼 중일 양국의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탁신 친나왓 태국 총리는 1일 도쿄(東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내년 초 양국 간 FTA를 체결해 해를 넘기지 않고 발효하기로 합의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태국은 일본산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를 10년 안에,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2011년까지 철폐하고 제조업과 관련된 자국 내 서비스업에 일본 기업의 과반수 출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일본은 그 대신 △새우와 열대과일 등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관세 철폐 △자동차 기술협력 제공 △태국 요리사의 일본 체류 요건 완화 등을 약속했다.

이번 합의로 도요타, 닛산 등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은 태국을 중국에 이은 제2의 생산 거점으로 삼으려는 전략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태국 정부도 일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합의로 일본의 FTA 체결국은 싱가포르, 멕시코, 필리핀, 말레이시아에 이어 5개국으로 늘게 됐다.

일본의 통상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FTA 체결에 공을 들이는 국가가 동아시아에 집중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막강한 경제 잠재력을 내세워 동남아 시장을 빠른 속도로 파고드는 중국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사이에 체결된 상품 부문 FTA가 올 7월 공식 발효되자 동남아를 더 방치해서는 곤란하다는 위기감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필리핀에 이어 태국과의 협상에서도 농수산물 교역에서 상당 부분 양보를 감수했다”며 이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아세안 측도 일본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중화 경제권에 편입되지 않기 위해 일본과의 협상에 적극적이다.

중국-아세안이 단일 경제권으로 묶이면 인구 18억여 명에 역내 국내총생산(GDP) 2조3000억 달러, 일본-아세안이 합쳐지면 인구 6억여 명에 GDP 4조9000억 달러의 거대 경제공동체가 출범하게 된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日, 미국에 첫 보복관세▼

일본 정부는 미국의 반덤핑 규정인 ‘버드 수정안’이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협정 위반 결정을 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베어링, 철강 등 15개 미국산 제품에 1일 보복관세를 발동했다고 밝혔다.

보복 관세율은 15%로, 일본이 무역 상대국에 대한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민주당)의 주도로 2000년 10월 발효된 버드 수정안은 미국 당국이 외국 수출업체에서 걷은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금을 제소자인 미국 업체에 배분토록 의무화한 법안으로 WTO가 협정 위반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과 캐나다 등은 5월 버드 수정안과 관련해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일본 언론들은 보복 관세 발동이 WTO 규정에 따른 조치라는 점을 미국 정부도 인식하고 있어 본격적인 미일 무역마찰로 번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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