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총리,중의원 해산 선언 파장…日자민당 분당위기

  • 입력 2005년 8월 9일 0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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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8일 참의원에서의 우정민영화 법안 부결에 반발해 중의원 해산을 선언함에 따라 일본 정국이 격랑을 맞고 있다. 자민당은 중의원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반란파’ 의원 51명의 공천 배제 방침을 밝힌 가운데 총선체제에 돌입했으며 제1야당인 민주당도 이날 오후 고이즈미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한 데 이어 당을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고이즈미, 자폭 해산은 왜?=당내 의견 조정 절차를 무시한 채 우정민영화 법안에 집착해 온 고이즈미 총리의 독선적 정치 스타일은 결국 당내 정책 대결을 권력투쟁 양상으로 변질시켰고 결국 중의원 해산이란 파국을 몰고왔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오후 임시내각회의를 주재하면서도 “반대파 의원은 공천하지 않는다” “전 선거구에 후보를 내세운다”며 기존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우정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자민당 총재가 됐기 때문에 이 같은 입장은 당연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우정공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소위 ‘우정족 의원’들을 비롯한 많은 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스타일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자 이에 대한 돌파구로 ‘중의원 해산-반대파 비공천-공명당과의 연합을 통한 과반의석 확보-당내 장악’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고이즈미 총리는 패전일인 15일을 전후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전격적으로 강행하는 ‘깜짝 이벤트’를 연출해 상당수 국민에게서 일고 있는 국수주의 정서에 직접 호소하는 선거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민당, 정말로 쪼개지나=시마무라 요시노부(島村宜伸) 농림수산상이 이날 중의원 해산에 불만을 품고 사직하는 등 자민당 분열의 조짐이 현실화되면서 자민당은 창당 50년 만에 ‘분당’ 또는 ‘해체’와 함께 ‘정권교체’라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반대파 의원 51명이 신당을 창당하거나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서 제1야당인 민주당과 연대를 할 경우 자민당은 야당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자민당의 세포분열은 가속화돼 추가 탈당자가 속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일본 정계에선 벌써부터 집권 자민당 체제가 완전히 무너지고 새판이 짜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스트 고이즈미=자민당이 패할 경우 우선 가메이(龜井)파와 옛 하시모토(橋本)파, 호리우치(堀內)파 등 법안 반대의원들이 많이 소속된 군소파벌은 신당 창당을 통해 자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자민당에서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가 후원하는 모리파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과 강경파 리더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간사장 대리가 유력후보로 꼽히고 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단독정권을 수립하거나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데 성공하면 현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가 총리 직을 거머쥘 가능성이 크며 민주당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부대표의 급부상도 배제할 수 없다.

자민당 내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군은 선거전에서 한국 중국과의 외교관계에서의 선명성을 내세우고 대북 정책에서도 강경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주변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민주당 집권 시 한일 관계는 우호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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