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잠수정 구한 ‘서방의 힘’…승조원 7명 무사히 구조

  • 입력 2005년 8월 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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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4시 26분.

북태평양 캄차카 반도 인근 해역에 빠져 수장 위기를 맞았던 러시아 소형 잠수정 ‘프리즈’호가 75시간 만에 다시 물위로 서서히 떠올랐다.

이어 해치가 열리고 승조원 7명이 차례로 잠수정 밖으로 걸어 나왔다.

산소를 아끼기 위해 섭씨 6도의 컴컴한 잠수정 바닥에 누워 최대한 숨을 아낀 이들이었다. 구조가 10시간만 지체됐어도 모두 질식돼 숨졌을 운명이었다.

연안감시용 수중 안테나 케이블과 어망에 감겨 해저 190m에 전원 수장(水葬)될 위기에 빠져 있던 잠수정을 구출한 것은 영국 무인 구조 잠수정 ‘슈퍼 스콜피오’.

7일 현장에 도착한 ‘슈퍼 스콜피오’는 2시간 만에 사고 잠수정의 프로펠러에 감긴 케이블을 성공적으로 잘라냈다. 영국제 무인 구조 잠수정이 1986년에 단 4척만 제작된 러시아 AS28형 해난 구조용 잠수정을 회생시킨 것이다.

예산 부족으로 심해 구조 장비가 없는 러시아는 군함으로 잠수정과 연결된 케이블을 여러 차례 끌어 보았으나 모두 실패했다.

사고 발생 직후 러시아는 미국 영국 일본에 즉각 구조를 요청했다.

이에 화답해 미국은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해군기지에서 심해 무인 잠수정 3척을 실은 C5 수송기를 발진시켰고 러시아와 북방 4개 섬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도 해상자위대 함정을 보냈다. 하지만 10시간 동안 비행해 캄차카에 도착한 미국 구조팀은 어찌된 영문인지 출항하지 않았고 일본 함정은 도착하지 못했다.

결국 러시아가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영국 잠수정이 7명의 목숨을 구해냈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신속히 외국에 구조요청을 한 데는 2000년 8월 바렌츠 해에서 침몰했던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의 쓰라린 교훈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국의 도움을 거절했고 핵잠수함 승조원 118명이 희생됐다. 이 때문에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푸틴 대통령은 이번에는 과거 적국들의 극동함대 기지 입항을 허락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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