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美재무, 中 위안화 절상 2년간 설득…중국, 사전통보로 보은

  • 입력 2005년 7월 26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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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사진)은 지난주 초에 중국으로부터 은밀한 연락을 받았다. 환율 제도를 바꾸고 위안화를 절상한다는 전갈이었다. 며칠 뒤인 21일 중국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5일 스노 장관의 ‘조용한 외교’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또 중국 외환당국이 스노 장관에게 사전 통지한 것은 ‘보은(報恩)’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스노 장관은 이 사실을 재무부 측근들에게도 비밀에 부쳤다.

▽2년간 공들인 작품?=스노 장관이 중국 설득 작업에 나선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1기 때인 200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자리에서 위안화 절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익을 앞세운 것이 아니라 중국 경제를 위해서 단행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스노 장관의 협상 상대는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人民)은행장과 재정부 관리들이었다. 스노 장관은 런민은행과 재정부가 중국 정부 내에서 발언권을 갖도록 측면 지원했다. 선진 7개국(G7)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의 지원도 끌어들였다.

미 의회와 제조업계의 공세는 ‘조용한 외교’에 큰 장애물이었다. 올 4월 미 상원은 중국이 6개월 내에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으면 모든 수입품에 27.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스노 장관의 협상자세를 ‘불어터진 국수 가닥’ 같다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중국이 외부 압력에 굴복해선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했기 때문에 의회의 움직임은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최대 악재였다. 스노 장관은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함께 상원의원들을 간신히 무마했다.

▽물꼬는 텄지만=그러나 위안화 2% 절상은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 의회와 제조업계는 40% 절상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스노 장관은 일단 물꼬를 텄으니 추가 절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위안화 조기 추가 절상은 불가능하다는 게 파이낸셜 타임스의 전망이다. ‘스노 외교’의 끝이 주목된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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