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미국’의 고민…보수-진보 진영 비만해법 싸고 신경전

  • 입력 2005년 7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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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낙태 감세정책 판사임명 이라크전쟁을 놓고 사사건건 맞서고 있는 미국의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이 이번엔 비만 해결책을 놓고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4일자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식품회사가 정치인에게 로비를 벌이는 바람에 어린이들이 살찌고, 비만 치료에 들어가는 의료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만은 국가 재정의 문제이자, 정치색 짙은 사안”이라고 일갈했다.

크루그먼 교수가 원색적인 표현을 마다하지 않고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소비자 자유센터’라는 단체가 미국 독립기념일(4일)을 앞두고 홈페이지에 올린 문구 때문이다. 이 단체는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먹나. 건국의 아버지들이 그토록 지키려고 애썼던 개인의 권리가 오늘날 공격받고 있다”며 ‘감자튀김 콜라 퇴출운동’을 펼쳐 온 진보 그룹을 비난했다.

사실 이 단체는 단순히 소비자권리만을 주장하는 곳이 아니다. 코카콜라 웬디스 등 미국을 ‘뚱뚱한 나라’로 만든 회사들이 이 단체에 자금을 대고 있다.

진보 진영이 그동안 호소해 온 1차 해법은 전국의 초등학교에서 콜라 초콜릿 감자튀김을 몰아내자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인이 소비하는 야채의 4분의 1은 감자튀김이며, 10대 소녀가 섭취하는 칼로리의 10∼15%가 탄산음료에서 나온다는 조사 결과를 들이댔다. 예일대 심리학과 켈리 브라우넬 교수는 저서 ‘음식과의 전쟁’에서 “표현이 지나칠지 모르지만, 어린이들에게 독극물을 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향이 있었다. 2000년 텍사스와 아칸소 주가 학교에서 자판기 설치를 제한하는 법안을 만든 이후 현재 25개 주 의회가 비슷한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음식문화 운동가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식당 메뉴판에 칼로리는 물론 지방 및 설탕의 양을 표시해 소비자가 ‘현명한’ 메뉴를 선택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식품회사와 레스토랑협회가 워싱턴 로비회사를 통해 강력한 대(對)의회 로비전을 펼치고 있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보수주의자들은 “국가가 개인 체중에까지 개입해야 하나”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는 비만 퇴치를 위해 의료보험료 책정 과정에 과체중 여부를 반영하자는 해법을 제시했고, 현재 의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자동차보험료를 정할 때 사고 경력, 나이, 결혼 여부를 따지는 것과 같은 논리다. 위스콘신대 존 반자프 교수는 “날씬한 남녀가 뚱뚱한 사람에게 보조금을 지불하는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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