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 “복제, 우리가 최고였는데…”

  • 입력 2005년 5월 23일 0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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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최고였는데….”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5·19 런던 발표’ 이후 미국 독일 등 과학 선진국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황우석 파장’은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미국과 독일 정치권의 정책 논란까지 격화시키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인간배아 복제에서 선두그룹에 섰던 미국 미시간주립대 호세 시벨리 교수는 21일 AP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이제 황 교수가 ‘복제 왕’이라는 데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시벨리 교수는 2001년 매사추세츠 주 워세스터에 있는 고급세포기술연구소(ACT)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당시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가 배아가 곧 죽는 바람에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시벨리 교수는 “한국 정부는 황 교수를 위해 복제 연구실을 지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반면 미국 정부는 이라크와 유가만 생각하지 질병 치료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꼬았다.

위르겐 헤셀러 독일 쾰른대 신경생리연구소장은 20일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쾰른대 팀이 인간배아 줄기세포에서 추출된 심장근육세포가 완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세계 최초로 보여줬는데 이 성과를 한국 학자만이 이용할 수 있었다”며 “독일의 엄격한 법이 연구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벨라 안나 독일 정부 대변인이 이날 “줄기세포 연구가 가져다 줄 혜택과 위험을 동시에 고려하겠다”는 논평을 내놓은 것도 학계의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 하원은 이번 주 줄기세포 연구 제한 완화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법안이 통과되면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공화당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해 새 법안의 의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마이크 캐슬(델라웨어 주) 의원은 “새 법안은 배아 복제를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원을 받는 학자들이 임산부 치료 과정에서 나오는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연구하는 것을 가능케 하자는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을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도 22일 ‘인간 복제의 놀라운 도약’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아시아와 영국 과학자들이 앞서 가는 동안 미 과학자의 족쇄를 강화하는 제한에 반대한다”며 전향적 입법을 촉구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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