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경호”…‘유령도시’로 변한 獨마인츠

  • 입력 2005년 2월 24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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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미국-독일 정상회담이 열린 독일 마인츠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머무는 동안 ‘유령 도시’로 변했다.

학교와 상가는 문을 닫았으며 거리엔 군인과 경찰만 눈에 띄었다. 부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삼엄한 경비 때문이었다. 심지어 회담장 주변의 주민들은 창밖을 내다보는 것조차 금지됐다. 아예 경찰이 상주한 주택과 빌딩도 있었다.

혼란스러웠던 곳은 마인츠뿐만이 아니었다. 부시 대통령이 지나간 서부 라인 강 지역은 이날 해상 육상 항공 교통이 모두 일시적으로 마비됐다. 부시 대통령 전용기가 착륙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선 70여 대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고 260여 대의 이착륙이 늦어졌다.

또한 마인츠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오전 1시경부터 전면 통제됐으며 마인츠 인근 3개 도시를 잇는 전철도 부시 대통령이 지나는 시간을 전후해 예고 없이 30분 이상 멈춰 섰다.

이 같은 불편을 초래하면서까지 마인츠를 회담장소로 정한 것은 아버지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1989년 이곳을 방문했던 인연 때문. 당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이곳에서 ‘동유럽의 민주화’를 촉구했던 사실을 기억하는 부시 대통령이 이번엔 자신이 동일한 장소에서 ‘중동의 민주화’를 전 세계에 선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독일인들의 반응은 그때와는 크게 달랐다. 당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방문 때는 환영 플래카드가 도시를 뒤덮었고 “미국과 독일은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파트너”라는 그의 연설은 주민들을 감동시켰다.

하지만 현 부시 대통령의 힘에 의한 일방적 외교정책은 독일 국민의 반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서부독일방송이 이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는 “부시 대통령의 유럽에 대한 화해 제스처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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