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검찰, 베를루스코니총리 부정혐의로 기소키로

  • 입력 2005년 2월 21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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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무명 정치인에서 단숨에 총리 자리를 거머쥐면서 이탈리아 정치무대에 등장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69·사진)를 겨냥한 이탈리아 검찰의 칼날이 성과를 거둘 것인가.

이탈리아 검찰은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미국 영화 판권을 둘러싼 부정 혐의로 기소하기로 했다. 여러 차례 검찰 수사를 받고도 빠져나온 노련한 정치인이 이번에는 걸려들 것인지 관심거리다.

▽검찰의 새로운 공세=이탈리아 밀라노 검찰은 1990년대 말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소유한 TV방송사 ‘미디어세트’에 미국 영화를 방영하기 위해 부정을 저지른 혐의로 베를루스코니 총리 등 14명에 대한 기소를 추진 중이라고 이탈리아 언론이 20일 보도했다.

검찰은 2001년 시작한 수사를 최근 마무리했으며 회계부정과 세금포탈 및 횡령 혐의로 관련자들을 기소할 계획이다. 이들은 미국 영화 TV 판권의 가격을 부풀려 세금을 수억 유로 포탈하고 미디어세트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피의자의 변호사들에게 수사 종료를 통보하면 변호사들은 기소 전 20일 간 새로운 증거 제시를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절차가 끝나면 법원은 베를루스코니 총리 등을 재판에 회부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검찰이 주장하는 시점보다 앞선 1993년 미디어세트의 경영진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도옹(不倒翁) 신화=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재판에 회부된 이탈리아 최초의 현직 총리라는 불명예를 이미 안고 있다. 회계부정과 세금포탈, 뇌물공여 등 그에게 부과된 혐의는 언제나 비슷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번도 유죄 확정판결을 받지 않았다.

때로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벗었고, 때로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풀려나기도 했다. 유죄 선고를 받기도 전에 사면을 받은 사례도 있다. 2003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에는 면책특권법을 통과시켜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004년 1월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부여된 면책특권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경제주간 포브스가 선정한 이탈리아 최고 부자로 재산이 100억 달러(약 1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탈리아 전국 TV방송국 9개 중 3개를 소유했으며 은행과 프로축구팀 AC밀란 등도 보유했다.

그는 1992년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가 주도한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 반부패 수사로 기성 정치인들이 대거 구속되자 ‘공산주의를 물리치자’는 슬로건으로 1994년 선거에 나서 다수의석을 차지했으며 곧 총리로 선출됐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베를루스코니와 검찰의 악연▼

1997년 회계부정 혐의, 선고 유예

1998년 불법 정치자금 조성 혐의, 2심에서 무죄

2000년 검찰, 세무공무원에 뇌물 공여 혐의 수사 철회

2002년 회계부정 혐의 공소시효 만료

2003년 판사에 뇌물 공여 혐의 수사, 면책특권으로 정지

2004년 면책특권 위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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