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다시 뛴다…中등 수요급증 영향

  • 입력 2005년 2월 21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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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이 또 들썩이고 있다. 아연 등 일부 품목은 8년 만의 최고가(最高價)를 경신했고 철강재 등은 일시적인 공급 부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1, 2월은 중국의 ‘춘제(春節) 연휴’ 등 계절적 요인으로 원자재값이 대체로 약세를 보여 왔지만 올해는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어 2분기(4∼6월)에는 가격 상승세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관련업계에서는 지난해 폭등한 원자재값 때문에 비상이 걸린 한국 기업들이 올해 또다시 원가 부담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원자재 대란’ 또 일어나나=현대하이스코와 동부제강, 유니온스틸 등은 최근 냉연강판과 아연도금강판의 제품가격을 t당 6만∼7만 원 인상했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열연강판 가격이 t당 50달러 오른 600달러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또 국내 조선업체들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올해 4∼9월 선박용 후판가격도 t당 50달러 오른 670달러 선에서 결정됐다. 이에 따라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 국내 후판 생산업체들도 조만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광석 가격도 급등할 전망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호주의 BHP, 브라질 CVRD 등 광산업체들과 철광석 가격 협상을 하고 있지만 워낙 높은 수준을 요구해 난항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작년보다 65% 인상된 t당 38달러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철강재의 또 다른 원료인 점결탄(유연탄) 값은 이미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포스코가 작년 말 계약한 점결탄 수입가격은 t당 125달러로 1년 전보다 119% 뛰었다.

또 아연은 t당 1346달러로 작년 4분기보다 21.3%, 1년 전보다 26.2% 뛰었다. 최근 아연 가격은 1997년 이후 8년 만의 최고치다.

장상식(張尙植) 무역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한 차례 원자재값이 크게 뛴 상태에서 올해 또다시 추가 상승해 조선 자동차 가전업계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원자재값 왜 오르나=중국을 중심으로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공급은 좀처럼 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재 수입은 제품별로 5∼12% 늘어 세계 최고의 증가율을 보였다. 조선산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지난해 한국의 후판 수입량도 1년 전보다 62.7% 늘었다.

반면 대형 장치산업인 철강재와 비철금속 가공업의 특성상 증산(增産)이 쉽지 않아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달러화 약세로 원자재 수출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는 데다 철강재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포스코와 일본 JFE스틸 등 대형 고로(高爐) 업체들이 개·보수에 들어가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원가 절감 비상=철강제품이 원가의 12%를 차지하는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이 10% 오르면 영업이익률이 2%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회사는 올해부터 후판 가격 변동분을 가격에 반영하는 ‘원가연동형 수주방식’을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자동차도 최근 철판 금형을 할 때 부산물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개발하는 등 원가 절감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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