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50代경관 조직비리와 30년전쟁

  • 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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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요즘 경찰 조직의 ‘비자금’ 조성 관행에 맞서 30여 년간 외로운 투쟁을 벌여온 한 경찰관의 얘기가 화제다.

에히메(愛媛) 현 철도경찰대의 센바 도시로(仙波敏郞·56·사진) 순사부장(한국의 경사와 비슷한 계급)이 주인공.

그는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 각 부서가 수사협력자들에게 주게 돼있는 사례비를 지급한 것처럼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 비자금을 조성해 온 실태를 폭로했다. 휴일 근무 수당을 부정 청구하는 등의 실태도 함께 고발했다.

전직 경찰관이 비자금 조성 관행을 거론한 적은 있지만 현직 경찰관이 실명으로 폭로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어서 정치권도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에도 홋카이도(北海道)에서 현 경찰이 9억1600만 엔(약 91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가 적발된 일이 있다.

센바 부장의 증언에 따르면 비자금 조성 압력은 그가 24세 때 순사부장으로 승진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경리담당자가 전혀 면식이 없는 3명의 주소가 적힌 영수증을 내밀며 서명을 요구했다. 그는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며 거부했다. 경찰서장까지 나서 “출세하려면 조직을 위한 일에 협조하라” “잘못된 관행은 자네가 책임자가 돼 바꾸라”고 회유했지만 그는 굽히지 않았다.

이후 그는 한 번도 가짜 영수증 작성에 협조하지 않았고 동료들의 따돌림 속에 승진시험에서도 줄곧 낙방해 32년이 지난 현재도 계급이 그대로다.

내부 고발에 따른 보복 인사도 당했다. 폭로 후 4일 만에 그는 에히메 현 경찰본부의 통신지령실로 전보 조치됐다. 그래도 경찰 조직의 최고 감독기관인 공안위원회는 회의 한번 열지 않고 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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