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전 폭격설’ 해프닝

  • 입력 2005년 2월 17일 0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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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영TV가 16일 한때 ‘원전 폭격설’을 보도하는 바람에 중동에 초긴장 기류가 감도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다면 ‘세계의 화약고’에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국영TV는 이날 오전 “걸프만 데이람 지역에서 대형 폭발이 있었다”고 처음 보도했다. 이 TV는 폭발 원인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당시 정체불명의 비행기가 상공을 비행 중이었다”는 주민들의 목격담을 전했다. 공중 폭격을 연상시키는 내용이었다.

이란의 알알람TV는 한 걸음 더 앞서 갔다. “강력한 폭발이 부세르 주 데이람 외곽에서 들렸다”면서 “목격자들은 이 도시에서 20km 떨어진 지점에서 정체불명의 항공기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련의 ‘폭격 가능성’ 보도가 계속되자 아랍권 언론들이 일제히 인용 보도하면서 사건은 의외로 확대됐다.

이스라엘이 폭격을 감행했다면 ‘제2의 이라크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 이란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부세르 지역에서 짓고 있는 1000MW급 원전은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핵무기 생산용이라는 의혹을 받아 왔다. 이스라엘 측은 “6개월 이내에 이곳에서 핵무기 생산기술이 완성될 수 있다”며 선제공격 가능성을 공개 표명하기도 했다.

아랍권은 1981년 이스라엘 공군이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의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를 폭격한 사실을 떠올리며 긴장했다.

그러나 오보사건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이란 국영TV가 첫 보도 직후 “폭발은 이란 항공기가 연료탱크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정정한 것. 더구나 폭발이 일어난 지점은 문제의 부세르 원전에서 북쪽으로 150km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원전 폭격’과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스라엘 측도 첫 보도 직후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군은 이란 남부 폭발과 전혀 관계없다”고 재빨리 해명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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