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시아파 神政추진 파문

  • 입력 2005년 2월 10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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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실시한 총선에서 승리가 확실시되는 이라크 시아파의 종교지도자들이 잇달아 신정(神政)국가 수립을 주장하고 나섰다.

코란에 바탕을 둔 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서구 민주주의’를 이식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새로운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란에 기초한 헌법=시아파 최고성직자(마자르) 5명으로 구성된 ‘마자르 알 타클리드’의 한 명인 모하마드 이샤크 알 파예드 씨는 6일 성명을 통해 “이라크의 모든 마자르와 울레마(성직자), 국민 대다수는 이슬람을 거스르는 어떤 법도 반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제정된 임시헌법의 기본 정신을 뒤엎는 발언이다.

임시헌법은 이슬람을 헌법의 ‘근거’로 삼기는 했으나 헌법의 기본틀은 ‘서구식 민주주의’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 시스타니 씨가 이 주장에 동조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시스타니 씨는 지지성명에서 “정부 구성과 헌법 제정은 ‘코란’에 기초해야 한다”며 “국가와 종교의 분리에 반대하며 어떤 타협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틀 뒤 시스타니 씨의 대변인은 이 성명을 부인하면서 “헌법은 총선에서 뽑힌 대표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신정국가 발언 파문이 커지자 일단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도 신정국가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시아파 최대 정당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 압둘 알 하킴 의장이 이란 방식의 신정정치에 호의적이기 때문. 시아파 강경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 씨도 드러내놓고 신정국가 도입을 주장해 왔다.

▽비상 걸린 미국=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시아파 종교지도자들의 신정체제 추진에 즉각 제동을 걸었다.

딕 체니 미 부통령은 6일 “이라크 국민은 이란의 신정체제가 실패했음을 잘 알기 때문에 미국이 걱정하거나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같은 날 “이라크가 소수의 신학자가 나라를 지배하는 이란 모델을 추구한다면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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