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바깥양반-안사람’ 전통의식 무너졌다

  • 입력 2005년 2월 6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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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바깥일, 여성은 집안일? 천만에….’

가정 문제에 관해 보수적인 일본에서도 ‘동양적인 남녀 역할분담’에 대한 전통적 사고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등은 6일 일본 내각부 자료를 인용해 남녀 역할분담에 대해 변화하고 있는 일본인의 시각을 보도했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남녀 공동참여 사회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편은 밖에서 일을 하고, 아내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 ‘반대’ 의견이 48.9%로 ‘찬성’ 의견 45.2%를 앞섰다.

이번이 6번째인 이 조사는 지난해 11∼12월 일본 전국 20세 이상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일본 정부는 1979년부터 2∼3년 간격으로 같은 내용의 조사를 실시해 왔는데,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을 앞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또 60대 이상 세대에서는 여전히 ‘찬성’이 ‘반대’보다 높았다.

1979년 첫 조사 때는 ‘찬성’ 72.5%, ‘반대’ 20.4%였으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반대’가 점점 늘어났다. 1992년에는 찬성 60.1%, 반대 34%로 격차가 줄어들더니, 직전 조사인 2002년에는 찬성과 반대가 똑같이 47%로 나왔고 드디어 역전되기에 이르렀다.

여성의 직장생활에 관한 인식도 크게 변했다.

이번 조사에서 ‘아기가 생기더라도 여성이 계속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40.4%로 역대 최고로 나왔으며, ‘여성은 직업을 갖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7%에 불과했다.

‘아이가 크면 다시 취직한다’가 34.9%, ‘아기가 생길 때까지만 일한다’는 대답은 10.2%였다. ‘여성이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6.7%.

‘일과 가정생활에 대한 여성의 태도는 어떤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이 먼저’라는 대답이 25.1%로 1997년의 10.5%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가정이 먼저’(31.8%)라는 대답보다 아직은 적지만 사회 인식이 급속히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두 중요’하다는 답변은 37.1%.

하지만 실제 생활은 어떠냐는 질문에는 ‘가정이 먼저’가 44.8%로 ‘일이 먼저’(26.8%), ‘모두 중요’(19.6%)보다 훨씬 많아 현실의 벽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집안 청소를 하는 사람이 남편이라는 대답은 4.0%, 아내라는 대답은 77.6%였다. 설거지도 남편(3.5%)보다는 아내(77.6%)가 대부분 하는 것으로 조사돼 아직도 생각과 행동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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