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産오토바이 판매 산밧씨 “지진해일에 5대 잃고 문 닫을판”

  • 입력 2005년 1월 11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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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번 돈으로 스리랑카 남부 탕골 시내에 스리랑카 1호 한국 중고 오토바이 판매점을 열었던 산밧 씨가 11일 문을 닫은 자신의 가게 앞에 서 있다.  마타라(스리랑카)=황진영 기자
한국에서 번 돈으로 스리랑카 남부 탕골 시내에 스리랑카 1호 한국 중고 오토바이 판매점을 열었던 산밧 씨가 11일 문을 닫은 자신의 가게 앞에 서 있다. 마타라(스리랑카)=황진영 기자
산밧 씨(35)는 스리랑카에 처음으로 한국산 오토바이를 수입해 판매한 사람이다. 그는 한국에서 산업연수생으로 시작해 경기 김포시의 자동차부품 회사에서 8년간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프레스 기계에 왼손 다섯 손가락을 모두 절단당한 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2002년 9월 귀국했다. 당시 그를 고용했던 사업주는 부도를 내고 도망가 회사에서는 한푼도 받지 못하고, 국가에서 108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귀국하면서 타고 싶었던 대림 중고 오토바이를 한 대 샀다.

산밧 씨는 “한국 오토바이를 처음 본 고향 친구들이 서로 팔라고 했다. 값을 두 배를 쳐 주겠다는 친구한테 60만 원에 사 온 오토바이를 12만 루피(120만 원)에 팔았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를 팔면 돈이 되겠다고 생각해 수도 콜롬보에서 남쪽으로 210km 떨어진 고향 탕골에 한국산 중고 오토바이 가게를 열었다.

그가 물꼬를 튼 뒤 혼다, 스즈키 등 일본 오토바이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스리랑카에는 한국 오토바이 판매점이 5군데 더 생겼다. 하지만 이번 지진해일로 그는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처지가 됐다. 가게에 있던 오토바이 12대 중 5대가 물에 휩쓸려 내려가고 나머지 7대는 물에 잠긴 것.

하지만 산밧 씨의 표정은 어둡지만은 않았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가족을 잃은 사람도 많은데 오토바이가 물에 잠겼다고 슬퍼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으로 가는 스리랑카 산업연수원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정도인 산밧 씨는 스리랑카 현지의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마타라(스리랑카)=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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