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민간인 오폭 總選비상…이라크 모술서 가족 14명 숨져

  • 입력 2005년 1월 9일 17시 39분


이라크 총선(30일)을 20여 일 앞두고 저항세력을 소탕하려는 미군의 오폭으로 최소 19명의 이라크 민간인이 숨지거나 다쳤다.

이 사건은 이라크 국민의 반미감정을 더욱 자극해 치안불안 해소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미군과 이라크 과도정부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를 의식한 듯 미군은 지난해 5월 결혼식장 오폭사건과 달리 이번에는 사건 발생 직후 실수를 인정하면서 유감을 표시했다.

▽일가족 희생=미 공군기가 8일 이라크 북부도시 모술의 남동부 마을을 폭격해 14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고 알자지라와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희생자들은 모두 한 가족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3명과 여성 4명이 포함돼 있다.

폭격으로 집을 잃은 알리 요세프 씨는 “8일 새벽 집에 폭탄이 떨어졌으며 곧바로 미군들이 몰려와 집을 봉쇄했다”고 말했다.

미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모술에서 활동하는 저항세력 지도자를 잡기 위해 수색작전을 펼치다 F-16 전투기가 500파운드짜리 레이저 유도 폭탄을 잘못 투하했다”면서 “이라크 민간인 5명이 숨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미군은 또 “(오폭 피해를 당한) 집은 당초 공습 목표가 아니었으며 원래 목표는 근처의 다른 곳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이라크 합동보안센터 관계자는 이날 공습은 모술 남부 알 아이타의 저항세력 은신처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잦은 미군의 오폭=지난해 2월 6일 키르쿠크 남부 알 멘시아 지역에서 저항세력의 은신처를 공격하던 미군의 오폭으로 어린이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미군이 7발의 박격포 공격을 가했으나 이 가운데 1발이 빗나간 것.

또 지난해 5월 19일엔 이라크 서부 알 카임 부근의 한 결혼식장을 저항세력 은신처로 잘못 알고 F-16 전투기가 폭격해 최소 45명의 이라크인이 숨졌다.

당시 미군은 폭격 현장에서 찾아낸 테러교본 사진을 제시하며 오폭을 부인해 이라크 전역에 반미시위를 불러일으켰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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